올해 30대 그룹이 작년보다 16.5% 늘어난 136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불경기 속에 투자를 확대한다니 환영할 일이다. 아쉬운 것은 투자를 늘리면서도 신규채용은 줄인다는 점이다. 작년보다 신규채용을 6.3%를 축소키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4년 4월 기준 자산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고용계획을 조사한 결과다. 30대 그룹 중 투자가 지난해보다 증가하는 그룹은 17곳, 감소하는 그룹은 11곳, 전년 수준은 2곳이다. 반면 신규채용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하는 그룹은 7곳에 불과하고, 감소하는 그룹은 19곳, 작년 수준은 4곳이었다.

우린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밝힌 전경련의 입장에 주목한다. 전경련은 올해 정부가 규제완화 정책과 경제체질 개선에 힘써준다면 30대 그룹은 금년도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년연장과 통상임금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신규 인력 채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전경련 발표의 행간에 지금 기업들이 처한 경제상황이 읽힌다. 정부는 기업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며 투자를 압박하고, 더 나아가 고용은 늘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 성장동력에 목마른 기업들은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저런 규제에 묶여 뜻을 펴지 못하거나,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멈칫할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연일 기업을 상대로 인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근로자 임금과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한 것을 시발점으로, 9일에는 정부가 재정 조기 집행과 함께 임금 인상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국회의원도 임금인상에 목소리를 높인다.

임금인상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임금인상은 통신요금 인하와 마찬가지로 싫어할 소비자, 거부할 국민 아무도 없다. 기업만 죽을 맛이다.

임금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만큼 정부가 우려했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현실화됐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을 임금인상을 통해 극복해 보겠다는 계산이다. 한편으론,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을 임금인상이라는 수단을 제시하며 기업에 전가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책임 전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내년으로 다가 온 총선을 겨냥한 인기영합주의 발언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환산한 근로자 1인당 연간 평균임금은 4만7075달러로 34개 회원국 중 미국, 일본에 이어 13위이며 OECD 평균인 4만292달러보다 월등히 높다. 최저임금도 연간 환산 1만2038달러로 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4위다.

경기침체에 따라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나빠지고 있다. 대표기업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전체의 30.5%다. 올해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기업을 압박해 억지로 임금을 올리도록 하는 정책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뿐이다.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기업도 지극히 제한적일 뿐 더러, 지금의 경제상황이 임금인상을 논할 단계도 아니다.

기업이 투자는 늘리겠다고 하지만, 고용은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점에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지금 정책 당국자에게 필요한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 주판알 퉁기는 것이 아니라, 기업 현장을 확인하고 기업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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