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 선도위해 C-P-N-D로 대변되는 ICT 융합 생태계 필요 국가정보화 성공 목적 정부 부처-산업간 융합 함께 힘 모아야
김경섭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
2015 라스베가스 가전쇼(CES)나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등 IT 관련 대형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단연코 사물인터넷(IoT)이었다. 한 신용카드 회사는 운전을 하면서 피자 주문과 결제를 음성으로 처리하고, 차량이 매장에 진입하면 블루투스 센서가 그의 도착 사실을 알려 피자를 받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시연했다. IoT가 이미 실생활이 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IoT가 그려내는 장밋빛 미래에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초연결사회'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세계 주요국은 진작부터 초연결사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주도권을 잡고자 정책적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역시 초연결사회의 이니셔티브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부산 ITU전권회의에서 '커넥트 2020'을 우리나라가 제안하고 14개국이 공동 발의하여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채택하게끔 했다.
'커넥트 2020'은 성장, 포용성, 지속성, 혁신·협력 등 4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모든 사물이 정보통신기술(ICT)로 연결된 사회를 의미한다. 이야말로 초연결사회를 아우르는 핵심 아젠다로, 사회 각 분야에 ICT와 과학기술을 융합하여 기존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창조경제 개념과도 부합한다.
그러나 과감한 비전 제시와 이슈 선점에도 불구하고, IoT 인프라와 센서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초연결사회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C-P-N-D(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로 대변되는 ICT 융합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센서 관련 전문 인력, 시설 장비 등 IoT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융합해 선순환적 C-P-N-D 생태계 조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대한 프로젝트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수행해야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정부가 초연결산업의 발전과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로 지금까지의 정책역량이 인프라 구축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서비스 모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할 시점이다. 스마트피플,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스마트국가 단위로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서비스모델을 발굴하는 대규모 실증사업을 해야 한다.
일례로 지난해 몇 차례 대형 인명사고를 겪으며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재난안전 분야를 들 수 있다.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 및 복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위성을 이용한 재난정보 수집과 SNS를 통한 재난상황 전파, 지능형 CCTV를 활용한 재난현장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제공이 이 분야에서 검토되고 있다. 그 외에도 산림, 기상, 교통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 가능한 IoT 플랫폼을 개발하고 각 플랫폼 간 상호 연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획일적·주입식 수업을 벗어나 빅데이터로 학생들의 학습 성향과 수준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개인별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 수단으로 개방형 연결 데이터(LOD : Linked Open Data)와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이 각광받고 있다.
셋째로 ICT와 여타 산업을 융합하여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기존법의 각종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 일부 분야는 부처간·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금융, 의료 분야는 기존법과 제도에 막혀 좀처럼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더라도 산업간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융합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트렌드에 뒤지기 않기 위해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와 같은 정부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정보화시대를 지나, 초연결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가정보화 성공신화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산업간 융합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초연결사회의 기저에는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지향하는 인간의 욕구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초연결사회의 성공 여부가 사람과 기기 사이 '단순 연결'이 아니라, '교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초연결사회의 진입로는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