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고위공무원 10%, 과장급 5%를 순수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 개방형 직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에 공직을 개방했으나 공무원 현직자나 퇴직자 위주로 충원되는 데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인사혁신처는 "46개 부처 430개 개방형 직위 중 일반인 채용은 64개에 불과했다"며, "민간인이 고위공무원단에 33명, 과장급에 31명만 채용돼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인이 지원을 않거나 지원자가 적은 직위의 개편도 시행한다. 최근 3회 공모에서 공무원만 임용됐거나 민간인 지원자가 2명 이하인 자리는 민간인 개방에서 제외하고 다른 직위를 민간인 개방직위로 하기로 했다.

공직 개방은 그동안 공무원의 재취업 창구로 이용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대로 개방형 직위 가운데 85%는 전직 공무원이나 현직자가 차지했다.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지적에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인사혁신처가 출범 100일을 맞아 발표한 이번 경력 개방형 직위제는 공직사회에 혁신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국민적 명령일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 비리와 복지부동의 문제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공직자가 퇴직 후 관련 기관이나 협·단체 주요자리를 독차지하고 사업자와 결탁하면서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는 '관피아'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기가 됐고 부패한 공직사회를 개혁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세월호를 막을 수 없다는 각성이 일어났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대대적 개혁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인사혁신처 발족과 경력 개방형 직위제 강화방안은 이런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관피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직 개방과 관피아 척결이 용두사미가 될 기미가 농후해진 상황이다.

공직 개방을 비켜가는 부처들의 행태는 지능적이다. 일부 부처는 비핵심 부서만을 개방 대상으로 내놓고 그나마 공무원 출신을 내정해 놓은 뒤 헤드헌터를 통해 민간인 지원자를 들러리 세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타 부처 출신을 임용하며 부처끼리 바터식 임용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혁신안이 성공하려면 이 같은 꼼수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민간인이 공직에 안착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민간인 채용자의 임기는 3년이다. 재임용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늘릴 필요가 있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에 비해 민간 채용자는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시험기수와 지연·학연 등으로 얽힌 공직사회에서 민간 전문가가 업무협조를 제대로 못 받아 무력감에 좌절할 수도 있다. 민간 출신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민간 전문가에 공직을 개방한다고 해서 공직사회가 하루아침에 효율적으로 변하고 전문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공직사회 개혁안에는 공직 개방과 함께 전문직위제와 특별승진제도 포함돼 있다. 공직 개방과 특별승진제, 전문직위제는 공직사회의 새 바람을 일으키는 출발점일 뿐이다. 공무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도 따가운 지금, 공직사회가 이번 혁신 기회마저 외면하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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