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조아라 대표
이수희 조아라 대표


근래 3~4년간 웹소설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작년 200억대의 규모를 형성하면서, 웹소설에 대한장밋빛 전망이 압도적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웹 상에서 연재형태로 올라오는 웹소설과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 니즈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2000년 국내 처음으로 웹소설 플랫폼을 구축한 필자 입장에서는 웹소설 시장에 대한 기대에 찬 시선이 기쁜 것만은 아니다. 미디어에 소개되는 월 1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작가는 극소수이고, 여전히 대다수 웹소설 작가의 평균 월수입은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체제에서 다수 일반작가를 고려하기는 힘들다. 스타 작가와 스타 작품을 선별해 투자하고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현재 웹소설 플랫폼 대부분이 인기 작품을 집중적으로 노출하고, 상위 작가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독점 연재방식을 취하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도 애써 좋은 작품을 찾을 필요없이 검증된 작품을 읽을 수 있어 편하다. 하지만 이는 승자독식의 구조로 인기작가에게는 유리하지만, 대다수 작가는 웹소설 플랫폼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약자의 입장에서 근근이 소설을 써나가게 된다.

웹소설 작가의 경우 전업작가는 드물다. 웹소설의 태생 자체가 신춘문예 등단 시스템이 아닌 글을 쓰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쓰고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존 출판계와는 다른 생리를 가졌기에 작가 타이틀이 없는 투잡족 혹은 대학생이 대부분이다. 또한 연재 방식으로 짧은 글을 꾸준히 올리기에 전업작가가 아닌 이들도 글을 쓸 수 있고, 좀더 근본적으로는 소위 '대박' 작품이 아니고서는 웹소설로 벌 수 있는 수익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작품만 쓰기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웹소설 작가가 생계 문제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작가 특히 신진작가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여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다른 문화계에서도 드러나는 사실이지만, 소수 스타에 집중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재능있는 신인의 출현을 저해해 시장을 황폐화시킨다. 인정받는 소수와 대다수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간극을 넓히지 않고, 신진작가 역시 작품을 통해 적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웹소설에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보다 자연의 질서에 가까운 방식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다양성'을 진화론의 근본적 요소로 제시했듯이, 자연은 다양성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 다양성이 진화를 가능케 한다.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변화, 즉 더 나은 소설의 등장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작가와의 독점 계약, 독점 연재라는 자본주의 방식보다는 작가가 여러 웹소설 플랫폼에 동시에 작품을 게재해 다양한 루트로 독자들을 만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가 좋은 조건의 독점 계약을 기다리는 약자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스스로 기회를 찾아 권한을 누리고 적정한 수익으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를 바란다.

웹소설은 기존 소설과 다른 패러다임에서 시작한 독특한 소설 형태다. 이런 웹소설 생태계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새로움이 만개할 수 있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환경을 구축해줘야 한다. 신진작가들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와 배치되지만 이익으로 인한 제약이 가해지지 않고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자극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웹소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전세계적인 이야기의 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희 조아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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