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관행적 종합검사 단계적 폐지·자율성 확대 추진 금융당국 경영간여 최소화… 보안성심의 사후점검 개편
지난 2월 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2015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여러 관계자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핀테크 기업 인수와 진출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3월 중 유권해석을 공개해 핀테크 기업 출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 2015~2020 '골든타임'…혁신나선 한국경제
한국 경제의 규모는 세계 15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세계경계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다소 떨어지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6위다. 그렇다면 금융 경쟁력은 어떨까. WEF는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를 세계 80위로 평가했다. 이는 아프리카의 말라위(79위),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 산업 규모와 비교하면 괴리감이 크다.
한국금융이 이처럼 경쟁력을 잃어버린 데는 금융회사들이 수 십 년 간 한국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안주해 전통적 영업을 고수해 온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금융회사들을 울타리 밖으로 끌어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 금융산업이 도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이 같은 지적들을 받아들여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관행적 종합검사를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배당, 이자율, 수수료, 신상품 출시 등에 대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확대해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출자 가능한 핀테크 기업의 범위를 전자금융업 등으로 명확히 확정하고 유권해석을 공개해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를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에 이어 2차 규제 개혁도 추진한다.
◇혁신 나선 지주·은행, 규제 완화 선행돼야=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은 현재 IT혁명과 저금리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주, 은행들은 빨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금융의 헤게모니를 뺏기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 수준인 1.79%로 분석됐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98%보다도 0.19%p 낮다. 금감원은 예대금리차의 축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원화예대금리차는 2010년 2.94%에서 2012년 2.59%, 그리고 2014년 2.18%로 하락했다. 이 같은 NIM 축소에 따라 지난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운용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같은 수준인 3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앞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금리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의 돈을 받아서 다시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서비스 모델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은행, 지주사들은 금융과 IT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해외에서는 중국 텐센트, 알리바바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출해 주목받고 있다. 또 국내 IT기업들이 전자결제, 전자이체 등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준비하면서 전통적인 은행서비스 영역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인터넷 전문은행 모델을 만들어 비은행 금융회사, 일부 IT기업에 이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회사들이 헤게모니를 쥘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 은행들도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1월 은행, 증권 복합점포를 선보였는데 KB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권도 복합점포를 추진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핀테크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성공하려면 먼저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지주, 은행들의 주장이다. 지난 2월 3일 금융권 대토론회에서 여러 관계자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핀테크 기업 인수와 진출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3월 중 유권해석을 공개해 핀테크 기업 출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은행, 지주사들은 부수 업무 등과 관련한 규제, 수수료 관련 규제,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등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은 은행들이 앞으로 이 같은 규제 완화 요구를 더 많이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만 간여하는 등 자율과 창의를 촉진할 수 있도록 감독관행의 물꼬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간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2단계 금융규제개혁을 추진하고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보안성 심의를 폐지해 사후 점검 방식으로 규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얼마나 실천하고, 또 방침을 유지하느냐가 한국금융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