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업계 반발'·3D프린터 '저작권 리스크' 발목
국회 창조경제시범사업 특별법안 발의 법제화 '물꼬'

지난해 9월 3일 국제방송영상견본시에 등장했던 드론.
지난해 9월 3일 국제방송영상견본시에 등장했던 드론.

■ 2015~2020 '골든타임'…혁신나선 한국경제

드론,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3D 프린터 등 ICT 융복합 기술 상품들의 도입과 이로 인한 신시장 창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이에 앞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기술 상품들은 그 특성상 안전 위협과 개인정보 보호 침해,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는데, 기존 산업을 기준으로 한 법제도로는 이를 규율하기 어렵다. 산업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전향적인 논의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최근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발표한 상업용 드론 가이드라인은 세계 각국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가이드라인은 상업용 드론의 과속 및 과적 금지, 저고도 운용, 조종자 필기시험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업용 드론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0마일(161㎞) 미만으로 제한하고 무게는 최대 55파운드(25㎏) 이내로 한정한다. 드론이 주행하는 공중의 차선도 고도 500피트(152.4m) 이하로 제약,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지 않게 했다.

17세 이상이면 드론 조종 면허증을 필기시험으로 딸 수 있게 했고, 이 면허증을 2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다. 당초 항공기에 준하는 복잡한 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자동차 운전·등록 관리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평을 얻었다. 국제무인기협회가 "드론 이용 확산을 위한 첫 단계를 넘었다"며 환영 성명을 냈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드론의 대중화 시대를 예고하는 미국 항공정책의 획기적 이정표"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맑은 날씨에만 드론을 운용할 수 있고 조종자의 시야 내에서 운용할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속도제한까지 감안하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드론 택배'는 사실상 어렵다. '백악관 드론 충돌 사건' 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프라이버시 침해와 일자리 감소 등의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선 드론이나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제도 기반 마련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인구 밀집 수도권 지역 대부분이 비행금지 구역이고 도심에서 드론이 추락할 경우 등에 대한 안전 우려도 크다. '택배형 드론' 의 시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현행법 체계에선 자율주행차는 일반도로 주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오는 2019년까지 드론산업에 250억원을 투입해 전문기업 100개, 일자리 5000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활성화 전제조건인 법제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청사진이 '공수표'가 될 것"이라며 "자칫 원격의료 도입 준비 과정에서 보여진 소모적인 논란과 진통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건강 관리 강화, 노인·장애인·도서벽지 주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추진됐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오래동안 발이 묶여왔다.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에 돌입했으나 의료계 대부분이 이를 보이콧 하고 있어, 시범사업 기간 중 원격 의료의 유용성과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기술적 여건이 완비됐으나 법 미비로 시행자체가 늦어지고 있는 케이스다.

3D 프린터의 경우 저작권 관련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3D 프린터의 도입으로 사용자가 설계한 디자인이 있으면 기존 제작 방법으로 만들기 어려운 제품을 손쉽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재화의 가치를 가지는 3D 디자인을 인터넷상에서 동의나 승인 없이 변형 또는 거래하면 원 디자인 제작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 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3D 프린터로 인한 저작권 침해와 이로 인한 손실이 2018년까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마약이나 총기류 등 법적 허가가 필수인 제품이 쉽게 유통·제작될 우려도 있다. 이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보호, 유통 추적이 가능한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창조경제시범사업 규제개혁 특별법안으로 그나마 관련 법제화를 위한 물꼬가 트인 상황이다. 이 특별법은 현행법령상 규제가 있더라도 전담 위원회를 통해 타당성이 인정되는 신산업에 대해서는 지역, 기간, 규모 등을 제한해 시법사업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민간출신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각 부처 장관과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시범사업 기간은 원칙적으로 5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최대 3년간 연장이 가능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자율주행자, 드론, 스마트 의료 등의 사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무인자동차의 경우 특별법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 특정한 지역에선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신산업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이들도 충분히 설득, 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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