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들의 가짜 종이통장을 제작해주겠다는 범죄가 은밀히 확산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일부 범죄자들은 이미 가짜 은행 통장을 제작해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이용한 금융사기도 우려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종이통장을 위조해준다고 현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가짜 통장 제작에 관한 광고들이 나타났다.한 범죄자는 지난달 27일 게재한 광고를 통해 "시중 은행 통장과 동일하게 통장을 제작한다"며 "시중은행, 저축은행 모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2월 15일에는 "통장잔고, 통장위조, 통장거래내역위조 등을 해줄 수 있다"는 광고가, 2월 2일에는 "통장, 잔액증명서, 잔고증명서 등을 원본과 동일하게 제작 가능하다"는 광고가 각각 인터넷 상에 게재됐다.
기자가 접촉한 가짜 통장 제작업자들은 구체적으로 가짜 통장에 대해 설명했다. 한 업자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은 거의 위조 작업이 가능하다"며 "은행 통장정리기에서 통장정리를 한 것처럼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퀄리티는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가짜 통장 제조업자는 이미 가짜 통장을 제작해 판매했다고 소개하며 제작방법과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했다. 이 업자는 "KB국민은행 통장은 예전에 다른 손님이 의뢰해 제작을 했기 때문에 재료가 있어서 48시간이면 가능하고 그 외 은행은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가격은 KB국민은행 통장이 직거래 350만원, 택배거래 300만원이고 그 외 다른 은행들은 직거래 550만원, 택배거래 500만원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짜 통장 제작방법은 도안을 컴퓨터로 만든 후 인쇄필름을 만들고 종이 도매시장에서 원본과 똑같은 문양과 색상 그리고 두께가 일치하는 종이를 찾아 인쇄하는 식이다. 여기에 통장 도장 위에 붙이는 투명필름, 통장 뒷면에 마그네틱선 등도 제작해 원본처럼 보이게 한다.
이렇게 위조된 통장은 실제 은행 창구보다는 금융사기, 무역사기, 부동산사기, 횡령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짜로 통장을 만들거나 위조를 해도 은행 창구에서 전산시스템 내용을 확인하면 바로 가짜라는 것이 드러난다"며 "가짜 종이통장은 가령 가짜 통장에 가짜로 명시된 수 십 억원을 보여주고 이를 믿게 하는 등 다른 방식의 사기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종이통장에 명시된 내용이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 기업이나 개인이 종이통장 내용만 믿고 거래를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더불어 가짜 종이통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경찰 등의 철저한 조사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