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를 꿈꾸던 박태환 선수가 뜻밖의 일로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엄격하게 금지된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라는 주사약을 사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모양이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역 수영 선수에게 분명하게 금지된 약물을 주사해준 의사를 원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관리에 소홀했던 선수도 무거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확실하게 사용을 금지한 약물은 200여 종에 이른다.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남성 호르몬의 효과를 내는 스테로이드 약물이 가장 많다. 다양한 호르몬 제제·각성제·이뇨제·마약 등도 금지 약물이다. 코티손처럼 부신피질 호르몬 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 약물도 있고, 경기 직전의 수혈도 금지되어 있다. 금지 약물의 목록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스포츠에서 철저한 도핑 검사는 필수 과정이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국내 대회에서도 그렇다. 심지어 경마에서도 엄격한 도핑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선수들은 다양한 이유로 금지 약물에 유혹을 느끼게 된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결국 근육을 발달시켜주는 효과도 있고, 손상된 근육을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약물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혈압과 맥박을 올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혈액 속 적혈구의 수를 증가시켜 근육세포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해주는 방법도 외면하기 어렵다. 선수들의 몸에서 수분을 배출시켜 체중을 줄이거나 염증이나 부상에 의한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도 절박한 문제다.
약물에 의한 경기력 향상은 선수들에게 주어진 기회균등의 원칙을 훼손하고, 건강한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초래한다. 모든 의약품이 그렇듯이 경기력을 향상시켜 주는 약물이 오히려 선수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자칫하면 약물의 부작용으로 선수가 사망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약물 사용에 의한 중독 증상도 문제가 된다. 역사에 남을 기록 경신이나 상금을 간절하게 바라는 선수들이 약물에 유혹을 느끼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약물 사용의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을 약물의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차단하고,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도핑 검사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진 선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사실은 선수를 보호하고 스포츠 정신을 지키는 길이다.
도핑 검사는 선수의 몸에 남아있는 약물이나 약물의 대사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정교한 화학적 분석 방법을 이용한다. 경기를 마친 선수로부터 채취한 소변·혈액·모발 등을 이용한다. 물론 약물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몸속에 남아있는 약물이나 대사물질의 양이 워낙 적은 것이 문제다.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와 같은 최첨단 분석기기와 분석 능력을 인정받은 분석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도핑 검사기관은 그런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 하고, 자신들의 화학분석 능력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아야만 한다. 그런 도핑 검사에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정상적인 사람의 몸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마약이나 네비도처럼 화학적으로 독특하게 변형시킨 약물의 경우에는 문제가 간단하다. 모발이나 소변 등에 남아있는 약물의 흔적을 직접 찾아낸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의 경우처럼 섭취하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의 몸에서도 검출되는 약물의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고환에서 생성되는 에피테스토스테론과의 비율을 검사하기도 하고, 검출된 테스토스테론에 들어있는 탄소의 동위원소 비율도 확인한다. 도핑 검사는 인체의 생리작용과 화학적 분석에 대한 첨단 과학과 기술이 총동원된다. 물론 도핑 검사의 틈새를 노리는 선수들도 많다.
사실 금지된 약물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금지 약물은 질병 치료나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능 덕분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훌륭한 의약품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엉뚱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독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