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자신의 차 안에서 운전하지 않고도 자유롭고 싶은 꿈이 이루어졌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집이 될 것이다", "외부 통신망과의 연결을 통해 자동차가 새로운 사무공간이 되는 커넥티드카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 참여한 디터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마크 필즈 포드 CEO 등 주요 완성차 업계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같은 미래를 제시했다. 각 업체 대표의 기조연설뿐 아니라 실제 전시된 차량을 통해 소개된 첨단기술들은 바야흐로 스마트카 시대가 우리 눈앞에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스마트카의 최종 단계이자 꽃은 바로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차 스스로 주행환경을 인식해 목표지점까지 운행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를 말한다.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자유롭게 손을 떼고 책을 보면서 운전을 하고, 자동차는 스스로 내비게이션을 인지하고 길을 찾아간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기술 수준은 '제한적인 자동화' 단계로 자동주차, 운전자 피로도 측정, 차선이탈경보장치 등 제한적인 부분에서 상업화돼 있다.
현대차 스마트워치 블루링크 시스템 현대자동차 제공
벤츠는 최근 '거실 같은 자동차 공간'을 주제로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을 공개했다. 차량에 내장된 센서로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스스로 멈추는 것은 물론, 자동 주행모드를 선택하면 핸들이 전면의 대시보드 안으로 들어가고 운전석과 조수석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돌아가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낸다. 벤츠는 F105의 일부 자동화 기술을 오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 주행 옵션으로 제공하고,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고도 시속 120㎞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단기적으로는 LG전자와 차량 전방의 위험을 관찰하고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CES 2015에서 자율주행차로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아우디의 A7 자율주행 콘셉트카는 엔비디아 칩을 적용했고 신호등, 거리 행인, 주변 자동차 등을 감지하는 20개의 특수 센서를 장착했다. 차량은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고 차선을 바꿨으며, 평균 시속 70마일(mph)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보다 속도가 빨라지면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현재 구글이 개발을 진행 중인 완전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개입을 완벽하게 없애고 모든 상황을 차량이 알아서 하는 로봇택시가 목표지만, 아우디는 운전의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아우디가 목표로 하는 자율주행차는 운전대를 없애는 것보다는 외부 위험 요소에 스스로 대비하고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인 셈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포드도 비슷하다. 현재 포드가 상용화하고 있는 반자율주행차는 차선이탈방지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주차보조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포드는 앞으로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한 '트래픽 잼 어시스트'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반자율주행차에 적용된 기술에 추가로 센서를 부착해 스스로 주변 환경을 3D 지도로 작성하고, 다른 자동차 또는 보행자가 움직이는 방향까지 예측하는 기술이다.
완전한 자율주행차에 앞서 먼저 시행되고 있는 기술은 바로 무인자동주차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로 명령을 내리면 차량이 지정된 곳에 자동 주차되고, 사용자가 있는 장소로 미리 마중을 나오는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BMW 무인주차 시스템 BMW 코리아 제공
BMW는 이번 CES를 통해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무인주차기술 등 차세대 차량 제어기능을 소개했다. BMW의 '360도 충돌회피 무인주차기술'은 주차장의 구조적 특징을 인식해 주변 장애물을 모두 안정적으로 피해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스마트워치로 사전에 출발 명령을 내리면, 운전자가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시동을 미리 걸어둘 수도 있다. 현대차도 스마트워치로 엔진의 시동을 켜고 끄거나 도어 잠금, 차량 위치 추적, 긴급전화 등을 할 수 있는 블루링크앱을 선보였다.
이 같은 스마트카 개발에 있어 선행돼야 할 점으로는 법과 제도의 정비와 자동화 인프라 구축, IT 업계와 협업 등이 있다. 현재의 도로 구조에 자율주행차만 올려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차량뿐 아니라 자동화된 교통시스템과 도로도 필요하며, 외부 해킹에 대한 방안과 새로운 기술에 맞는 법과 제도의 정비도 필수적이라는 게 완성차 업계의 목소리다.
특히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하는 완성차 업계에 있어 IT 업체와 협업은 필수적이다. 이미 자동차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술력 확보를 위한 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OS가 대표적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워치도 차량 원격제어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앱커넥트는 미러링크, 구글 안드로이드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대부분 연동 기술을 지원한다. 올해 중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장인식 시스템을 추가해 운전자의 손짓을 인식해 음악이나 동영상을 켜고 끌 수 있고, 내비게이션이나 전화 걸기 등도 가능케 할 방침이다.
SM5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차세대 인터페이스 콘셉트카인 퓨처 커넥티비티도 동작인식과 얼굴인식, 스마트워치 지원 등을 제공한다. 21.5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2개 화면으로 나눠 사용할 수 있다. 운전 시 상단을 내비게이션으로, 하단은 멀티미디어용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GM은 올해부터 LTE(4G)를 본격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차 안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온스타 컨시어지 서비스'를 앞서 소개했다. 북미 지역에서 먼저 선보일 이 서비스를 위해 던킨도너츠, 프라이스라인 같은 회사와 손을 잡았다.
전황수 ETRI 경제분석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미래 기술 개발에 있어 친환경차보다는 스마트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브랜드 경쟁력은 스마트카가 좌우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IT 강점을 잘 활용하면 자동차의 전자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