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와 제휴해 넥슨의 경영개입 시도를 차단했지만, 엔씨와 넷마블의 제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급조된 양사 제휴가 성과를 거둘지 낙관할 순 없는 데다, 추후 엔씨소프트가 넷마블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넷마블 양사의 협력구도와 양사 주요주주인 넥슨·텐센트· CJ E&M간의 역학구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중국 텐센트가 국내 간판 게임사들의 지배구조 장악에 한층 더 다가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양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 위기를 해소하고 모바일 시장 안착을 위해 넷마블과 제휴를 선택했으나, 두 기업의 상이한 기업문화와 급조된 제휴과정을 감안하면 행보가 순탄할지 우려가 있다"며 "또 엔씨가 장기적으로 넷마블 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엔씨는 넷마블 유상증자에 참여, 신주 2만9214주(9.8%)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넷마블은 엔씨 자사주 195만주(8.89%)를 3900억원에 취득했다. 비슷한 금액으로 동일 수준의 지분을 맞교환한 것으로 보이나, 경영권 방어에 급급한 엔씨가 넷마블의 가치를 적정가보다 과대 평가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의 기업 가치는 2조원 정도로 산정할 만한데, 엔씨는 넷마블을 3조9000억원 정도로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전 넷마블 주요주주는 방준혁 의장(35.88%), CJ E&M(34.81%), 텐센트(28%) 등이다. 엔씨가 4대 주주가 됐지만, 엔씨 지분으론 넷마블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넷마블의 엔씨 주식 취득 이전, 엔씨 주요 주주는 넥슨(15.08%), 김택진 대표(9.9%), 국민연금(6.8%) 등이다. 넷마블이 이번에 획득한 엔씨 지분은 김택진 대표 지분과 대등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 방 의장과 텐센트가 마음만 먹으면 넥슨보다 훨씬 더 쉽게 엔씨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당장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넷마블 주요 주주들이 변심할 경우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다음카카오,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등 국내 인터넷·게임 기업들의 주요 주주다. 이어 엔씨-넷마블의 연합으로 그 영향력을 게임 산업 빅2인 넥슨-엔씨에까지 미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빅딜은 그 전격성에서, 2년여 전 넥슨-엔씨의 연합을 연상시킨다"며 "엔씨-넷마블 협력으로 기업가치가 동반 상승해 넥슨·텐센트·CJ E&M 등 양사 주주 이익에 부합하면, 양사의 안정적 동거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엔씨 경영권을 둘러싼 이합 집산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씨측은 넥슨과 기업문화가 달라, 일방적 넥슨의 경영개입이 바람직하지 않고 협업 또한 간단치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엔씨에게 넷마블은 넥슨보다 더 이질적인 기업집단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넥슨 김정주 대표도 당초 우호세력이었으나 돌변, 김택진 대표에게 칼을 겨눴다. 엔씨가 이번 넷마블과 제휴에서 실패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동사업과 전략적 제휴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동사업과 전략적 제휴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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