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제품의 수요 침체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디스플레이산업에도 서서히 온기가 감돌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대형화 트렌드, UHD(초고화질) 인기 등에 힘입어 2013년 1월 이후 하락을 지속했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16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하고 현재까지 안정적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의 패널 업체의 수익성도 전 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15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는 감지됐다. TV를 넘어서 스마트 홈, 스마트 카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전 산업분야와 연결되어 진화하는 디스플레이에서 더 크고 넓은 시장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2015년 우리는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서 있다. 언제부터인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점점 예측이 어려운 전장이 되어 가고 있다. 대형화와 고해상도, 융합 트렌드에 따른 밝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과 시장 포화로 인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언제부터인가 디스플레이 산업 앞에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융합으로 대표되는 신시장을 목전에 두고, 치열한 경쟁의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산업의 기량을 더욱 갈고닦을 시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산업생태계 구축 및 타 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선결 조건이 될 것이다.
디스플레이산업이 한국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으나 이는 주요 대기업의 성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중소, 영세 협력사들의 애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실정인 데다 최근 엔저, 설비투자 축소 등으로 인한 장비소재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전방 산업인 패널 업체의 투자 사이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호황기 패널 업체들의 신규 라인 투자가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주 산업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손쉽게 해외 부품을 수입하여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장비를 제작해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급급했던 국내 장비 업체들의 내부적인 요인도 한 책임이 있다.
올해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전망도 밝지 만은 않다. 올해 국내 패널 업체의 신규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신규 라인 투자가 예정돼 있으나 일본 등 해외 기업과 비교해 기술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전문가들은 해외 유수 기업에 비해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장비 기업간 발전적 M&A(인수합병)를 통한 규모경쟁력 확대나 R&D(연구개발) 및 해외 시장에서의 연대 강화 등을 해결 방안으로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국내 중소 장비 재료,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상생협력 위원회 발족 등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기업과 정부가 함께 매칭하여 미래 디스플레이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신개념의 R&D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산업사회는 변화와 혁신을 반복하며 성장해왔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이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혁신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국내 장비 업체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를 갖출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과 대책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영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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