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잡았다. 거리에는 카페가 넘쳐나지만, 카페의 전신인 다방은 그 자취를 감춰버렸다. 과거 다방은 대학생들의 공론의 장이자 삼삼오오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였다. 서양식 카페는 다방과 달리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주문도 셀프로 이뤄진다. 다방이 카페로 바뀌듯, 우리의 생활양식도 달라지고 있다.
문화와 생활양식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명동이다. 명동은 지명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젊음의 상징이요, 트렌드의 집결지다. 따라서 외국인에게는 관광 코스에서 빠뜨릴 수 없는 명소다. 음식점, 옷가게 등이 즐비한 명동 거리에서 한국의 문화가 넘쳐나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요우커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증가하면서 명동의 모습은 달라지고 있다.
1975년 청바지와 장발, 생맥주, 통기타가 유행하던 그 시절 명동에는 '오비스캐빈'이라는 음악살롱이 있었다. 음악 감상실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이 곳은 명동을 대표하는 곳이자 젊은이들을 명동으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했다. 오비스캐빈은 무교동 쎄시봉과 함께 통기타 음악을 들을 수 있던 곳이었다. 세련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젊은이들의 명소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과 mp3 등이 없던 그 시절 젊은이들은 명동 음악 살롱에서 다 함께 통기타를 듣고 낭만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명동은 19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의 중심지이자 추억의 장소였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지금 2015년 명동의 모습은 그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국의 젊음을 대표하던 곳은 마치 외국 거리처럼 돼 버렸다. 한국어보다 중국어, 일본어가 먼저 귀에 들어오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매장 간판과 종업원들의 호객행위가 명동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양손 가득 쇼핑을 한 요우커들의 모습은 마치 중국에 온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방이 카페로 대체되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듯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옛날 명동 고유의 문화는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때 그 시절 명동은 젊은이들의 명소를 넘어 서로 문화를 공유하던 어울림과 낭만을 추구하던 장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트렌드가 바뀌고 무한 경쟁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여유와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 명동의 상업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지만 사람 냄새 물씬 났던 명동의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됐으면 한다.
윤혜영 미디컴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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