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지샌 갑오년을 보내고, 국민들은 희망을 품고 을미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이번엔, 개정된 연말정산제도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났다. 언론 보도를 보면, '평균분석'을 이용한 경제부총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단단히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이 소동의 뒤에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행정환경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정책결정자의 인식차이가 있어 보인다.
정보화 시대가 성숙기에 돌입하면, 정부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정책대상을 집단화하여 획일적인 정책을 제공하는 '집단적 획일적 서비스'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개별적 수요를 파악하여 서비스하는 '개별적 맞춤형 서비스'로 급속히 진화한다. 그러나 정책수립가들은 '집단중심의 평균분석'에 기초하여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 익숙해 져서 이 변화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책대상을 '집단화 구간화' 하고, 거시지표를 중심으로 통계적 회귀분석 기법을 사용하여 만든, 전통적인 '거시적 정책'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이번 연말정산 사태를 통하여 여실히 증명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도 이 변화를 인지하고, '정부3.0'을 통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개별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빅데이터 분석'이다.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정책대상을 집단이 아닌 개인에 두기 때문에 집단화의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사건 발생의 예견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중대한 사건의 발생을 사전에 빨리 파악하여,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전 뉴욕시장 브룸버그는 시장에 취임하자, 뉴욕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물을 빅데이터로 파악하고, 소방관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예방활동을 벌린 결과, 재임 중에 뉴욕시 화재발생건수를 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연말정산도,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개별 과세대상자 모두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했더라면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거리가 먼, 책상에서 만들어 진 정책을 '탁상공론'이라고 부른다. 빅데이터 분석은 현장에 뿌리를 둔, 국민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현장 중심의 소통정책'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리고 정책은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정책집행이 탄력을 받는다.
최근 '월드 이코노믹 포럼(WEF)'은 2014년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에서, 한국이 전반적인 경쟁력에서는 26등으로 2013년보다 한 단계 낮아졌고, '정책투명성 지표'에서는 133위를 하여 캄보디아보다도 낮다고 발표했다. '유엔전자정부 3회 연속 1등 국가'인 한국이 정책투명성 부문에서는 후진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보 공개와 맞춤형 서비스를 통하여 스마트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정부3.0의 이념을 정책결정과정에서 제대로 구현하여 낙후된 정책결정과정을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이용한 과학적 정책결정과 투명한 정책결정과정이 국민의 정책 호응도를 높이고 국민과 소통하는 현장중심의 정부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1세기, 성숙기에 들어선 정보화 사회에서는, 개별화된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여야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다.
안문석 국가정보화포럼 의장ㆍ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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