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3%대 성장률 예상 소비 여력 아직 안살아나 소득증가율 낮아져 민간소비 침체 양상 소비와 투자 환경 개선해 경제활성화 유도해야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돈이 돌아서 경제가 돌아간다."
필자가 기업체 임원 또는 전문직 등 이른바 돈이 있다는 그룹을 상대로 한 은퇴강의에서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말이다. 금고에 들어있거나 마늘밭에 숨겨져 있는 돈은 누군가에게 뿌듯함과 안정감 등의 효용을 주겠지만 사회전체의 경제활동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돈은 거름과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한 나라 경제는 통상 3개의 엔진이 이끌어 간다. 소비와 투자, 수출이다. 이 중 소비와 투자는 국내수요 또는 내수(內需)라고 해서 한 나라의 영토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이고, 수출은 다른 나라로 상품과 서비스를 내다파는 국경간 경제활동이다. 요즘처럼 세 엔진의 일부 또는 모두가 시원찮으면 정부가 나서서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서 돈을 풀어주는 스페어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소비동향, 그 중에서도 민간소비의 동향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민간소비 증가율(이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기준)이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을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3~1997년을 보면 GNI증가율과 민간소비 증가율이 각각 연평균 7.1%, 7.6%로 소득증가율보다 소비증가율이 더 높았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였던 2000~2007년의 8년 동안에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4.7%로 GNI증가율 4.5%을 약간 웃돌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2013년을 보면 GNI증가율이 연평균 3.8%인 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로 흐름이 역전되고 있다.
이처럼 민간소비가 성장의 엔진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 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2~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2~3%대의 성장한 경우는 2011~2012년으로 한국은행이 1954년 성장률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적이 2번(1980년 2차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있었지만 곧바로 큰 폭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2~3%대의 성장이 2013년을 넘어 작년까지 이어지면서 4년 연속으로 경신한데 이어 올해도 3% 중반대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저성장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의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76~77%대였던 것이 최근에는 72%대까지 낮아지고 있다. 일반국민들이 소득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수중에 들어오는 돈도 잘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간소비가 부진한 이유로는 다음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성장률 및 소득증가율의 저하, 청년고용 부진과 비정규직 및 은퇴 자영업자의 증가, 세금과 공적연금?사회보험 등의 비소비지출의 증가, 교육비와 의료비·통신비 등 경직성 소비지출의 증가,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 수도권지역의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과 그에 따른 하우스푸어의 양산, 전월세가격의 상승에 따른 주거비용 부담 급증 등이다. 여기다 저금리·고령화시대로의 진입에 따른 노후 불안까지 겹치면서 더욱 더 돈 쓰기를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이유들을 해소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일반국민들이 국내에서 돈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소비하기 좋은 환경과 기업들이 국내에서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 및 투자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은 물론 반기업·반부자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부자와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서 쓰거나 투자하는 돈이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연말정산 혼란과 건강보험료 개편 논란 등이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키는 악재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 돈이라는 말처럼 돈이 돌아야 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내 주머니에 돈이 들락거리면서 돈을 써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법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