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경일과 일요일, 설·추석 연휴 등을 포함한 법정공휴일은 총 66일이라고 한다. 1월이 지난 지금 달력을 다시 보니, 60일이 남았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14번의 공휴일이 남았지만 삼일절과 추석 연휴 등 일요일 및 일반 기업의 휴무일인 토요일과 겹치는 공휴일이 6일로, 실제 휴일 수는 대체휴일제를 포함해 9일로 줄어든다. 계산해보면 올해 한국인들의 토요일을 포함한 휴무일은 103~104일. 이는 주요 해외 국가들이 평균 130일 가량 쉬는 것에 비해 80% 정도 수준에 그친다.
올해 휴무일수가 줄어서일까? 최근 주변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란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나면 어느 순간 무력감을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소개되며 화제가 되었는데, 당시 방송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2013년 평균 근무시간은 2000시간이 넘고 하루 평균 10시간 30분에 달했다고 한다. 또 직장인의 약 85%가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면, 여행 등의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이처럼 휴식의 중요성이 점차 커져가는 사회 분위기 탓에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재충전과 자기 계발을 장려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도록 하는 정책, 즉 'WLB(Work & Life Balance)'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근무 환경과 복지 혜택이 좋기로 유명한 구글은 입사 첫 해에 15일, 3년 근속 시 20일, 5년 근속 시 25일의 휴가가 주어지는데, 직원들의 96%가 필요할 때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다고 대답했다. 연차가 주어져도 상사나 팀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직장문화와 비교했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브스지가 실시한 WLB 우수 기업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생활용품 제조사 콜게이트 파몰리브는 건강한 개인 생활을 영위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효율성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탄력근무제, 자택근무제, 탁아소 운영, 학자금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 근속율이 매우 높아졌다.
직원들이 휴식을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하는 것은 번아웃 증후군을 막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올림푸스한국은 업무시간과 개인시간, 온-오프(on-off)의 구분이 확실한 사내 문화를 조성해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과 자기계발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임직원들이 한 해 동안의 업무와 휴식 기간을 미리 균형 있게 계획할 수 있도록 연초마다 그 해의 근무 달력을 발표하는데, 창립기념일 주 전체를 전사 휴무 기간으로 정하는 파격적인 휴가 정책으로 임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임직원들이 개인 연차를 100% 소진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연차 사용 현황을 체크하고 미사용한 연차에 대해 사용계획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회계연도(2013년 4월 ~ 2014년 3월)의 경우 97.5%의 높은 연차 사용률을 보였다. 이런 덕분인지 이직률 또한 한자리수로 다른 외국계 기업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야근을 방지하여 개인 시간을 휴식과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단순히 야근을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눈치를 보는 불필요한 야근이 없는 회사를 지향하는 것으로, 임직원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함이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 앉아?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한다." 인간의 주체적 존재성을 강조하는 실존주의의 선구자였던 사상가 파스칼의 말이다. 제대로 휴식할 줄 모르면 우울증,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300여년전 파스칼의 경고를 되새기며, 일과 휴식의 균형을 찾는 노력들을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의 삶의 질과 노동생산성이 함께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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