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중 5%… 10년 연속 세계 5위 현대·기아 등 완성차 해외투자 집중 국내 제조 생산력 지속적 둔화 우려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 생산성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면서 국내 전체 제조업 경쟁력에도 힘이 실리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추가 생산 투자 계획도 중국과 멕시코 등 해외에 집중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국내 생산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은 전년보다 0.1% 증가한 452만대로 세계 자동차 생산 비중의 5.0%를 차지해 10년 연속 5위를 기록했다. 2011년 4657대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4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반면, 지난해 해외 생산은 중국 및 터키 공장 신·증설에 힘입어 11월 누계 기준 전년보다 6.5% 증가한 402만2026대를 기록했다.
자동차 생산이 제조업 전체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자동차 생산이 전년보다 3.6% 감소하자 제조업 생산도 0.8%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이 올라가면 제조업도 따라갔다. 즉, 자동차 생산성과 제조업 경쟁력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고, 미국은 자국 시장 방어, 일본은 엔저 공세에 힘입은 자국 생산 증대에 나서는 등 각자가 생산 및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외국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추가적인 생산 투자 계획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7.3% 증가한 2372만대(세계 생산 비중 26.3%)를 생산해 6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경기회복과 실업률 하락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저유가로 인한 수요 증가로 5.3% 증가한 1165만대를 생산해 2006년 이후 최대 생산을 달성하며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선수요와 경차판매 확대로 1.5% 증가한 977만대를 생산해 3위를 유지했고, 독일은 내수 회복과 수출증가로 0.9% 늘어난 593만대를 생산해 4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보다 아래에 위치한 나라 중에서는 멕시코와 스페인의 생산력 확대가 눈에 띈다. 특히 멕시코는 2008년 세계 10위권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거듭해 6위 인도와의 격차를 60만대 수준으로 좁히며 처음으로 7위에 자리했다. GM,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오는 2019년까지 멕시코에 총 100억달러, 100만대 규모의 공장 증설 및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가 완성되는 시점이 되면 멕시코는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글로벌 톱5 완성차 생산국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아반떼, 엑센트, 제네시스 등 주력 모델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각각 3.6%와 10.8% 국내 생산량이 증가했다. 르노삼성차는 닛산의 로그 위탁 생산을 통해 생산 물량 확보치가 증가하면서 전년보다 88.9% 증가한 1만6860대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GM은 서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의 단계적 철수에 따른 공급 물량 축소로 19.0% 감소했으며, 쌍용차는 주 수출 대상국인 러시아의 시장 침체와 루블화 절하로 인한 수출 주문량 축소로 19.3%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