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속되자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설치한다고 발표한 대한항공 내 소통위원회(이하 소통위) 발족이 감감무소식이다.

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소통 부재와 폐쇄적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 조 회장은 내부에 소통위를 별도로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통위가 마련되지 않고 있고 실행 시기도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소통위 구성을 거론한 마당에 후속 사항이 진척이 없는 것을 두고 조 전 부사장을 구하기 위한 여론 무마용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소통을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소통위를 만들어 기업문화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획기적 쇄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혁신하자"고 밝힌 바 있다. 또 1월31일 열린 임원진들과의 세미나에서는 "직원들과의 유연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잘못된 시스템과 문화를 개선하는데 주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두 차례에 걸쳐 조 회장이 소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국민 여론의 공분을 진화하기 위해 '말뿐인 소통'만 강조해 구체성이 결여된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통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조직 실행 시기 등 알맹이가 빠진 데다, 조직 구성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 내 각 부문 및 사외의 덕망있는 사람들로 소통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통위에 대해)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및 톱(TOP)들이 지시하는 사항에는 임직원들이 일을 빠르게 대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내부 사항에 따라 일정과 시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시한 사항에는 대부분 한달 내 일을 마무리 짓는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소통위 관련 인사를 따로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반 인사발표에 그쳤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소통 활성화를 통해 기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고 개별 임원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적재적소의 배치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지만 소통위가 공식 발족하지 않는 한 여전히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진기자 yjin@dt.co.kr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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