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성적표를 공개한 에쓰오일이 34년만에 적자를 내면서 업계에서는 그동안 우려돼 왔던 '최악의 성적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30일 에쓰오일은 2014년 매출액 28조5575억원, 영업손실액 2589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은 264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2013년에 비해 매출액은 8.3% 줄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은 2011년 유가 고공 행진과 석유화학부문 사업확장 등으로 1조697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이후 2012년 7817억원, 2013년 3660억원으로 영업이익 줄더니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4분기 실적은 매출 6조2677억원, 영업적자 2132억원, 당기순손실 2486억원을 각각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 22.1%, 영업이익 148.6%, 당기순이익 801.4% 줄어든 수치다.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액은 시장 전망치보다 적은 3068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증권사에서는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정유 부문 영업손실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지역 원유 판매단가(OSP)를 인하하면서 정유 부문 적자폭을 줄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에쓰오일은 "원유 수입량의 90% 정도를 아람코에서 가져온다"며 "OSP 인하로 정유부문 적자를 1200억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쓰오일은 앞으로 자사의 정유부문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주완 에쓰오일 자금담당 상무는 "최근 열흘간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수준에서 등락해 바닥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가가 추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정제마진 개선이 고스란히 반영돼 정유부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쓰오일의 실적이 공개되자 다른 정유사들은 "최악의 성적표가 현실화된 것"이라면서도 "OSP 덕에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과 2위인 GS칼텍스는 지난 4분기에만 정유부문에서 각각 50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사 전망대로 두 기업이 각각 5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경우,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의 지난해 정유부문 손실은 2조원을 넘게 된다.

정유사들은 그동안 정유부문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석유화학 제품이나 윤활유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흑자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이 폭락하자 석유화학 제품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다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정유부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유가가 급락하면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평가 손실이 극대화되고, 원유를 유조선에 실어 한국까지 수송하는 20여일 동안 발생하는 가격 차이가 이윤을 깎아 먹기 때문이다.

두아비유 가격은 지난해 10월1일 93.52달러에서 12월31일 53.60달러로 석달새 40달러나 폭락했다. 29일(현지시간)에는 배럴당 44.63달러(현물가격)에 거래됐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2월5일, GS칼텍스는 2월 둘째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3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연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수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