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이원재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피부와 피하조직에 외상이나 혹은 수술로 인한 일정수준 이상의 상처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조직의 재생과정을 거치더라도 흉터가 발생하게 된다. 흉터가 남는 정도는 개인의 피부 특성이나 흉터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보통 상처 발생 2개월 후까지는 흉터가 붉고 단단해지며 두드러져 보이는 양상을 보이다 이후에는 점차 완화되어 6개월정도 지나면 편평하고 주변보다 약간 옅은 색의 흉터가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흉터는 그 정도에 따라 미용적, 기능적 문제를 유발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하여 레이저 치료나 실리콘 겔, 실리콘 시트, 흉터성형술 등의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상처 발생 후 조기(대부분 1개월 이내)에 레이저 치료를 시작하면 흉터가 성숙해지는 6개월 이후에는 좀 더 눈에 덜 띄고 미용적으로 개선된 결과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흉터를 줄이고 기능적 미용적으로 개선시키려는 목적일 뿐, 현재까지 완벽하게 흉터를 없에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처가 낫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교원질(collagen, 콜라겐)이 과도하게 생성되고 침착되면, 흉터가 두껍게 융기하고 상처가 발생한 위치를 넘어서 주변의 정상피부까지 침범해 퍼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켈로이드라고 부르는데, 켈로이드는 굳이 큰 외부 자극이 없더라도 가슴에 난 여드름을 짠다거나, 귀를 뚫는 등의 자극만으로도 엄청나게 크고 흉한 흉터로 번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켈로이드는 일반 흉터와 특징이 달라서 일반적인 흉터 치료방법에는 효과가 거의 없으며, 흉터성형술과 같이 켈로이드를 도려내었다가 오히려 더 큰 켈로이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치료가 매우 힘든 실정이다.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술적 치료, 혹은 방사선 치료가 현재 주로 이용되는 완화적 치료법이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고, 재발하거나 이들 치료의 효과가 미미한 경우도 흔해 켈로이드 환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이러한 환자들의 고통을 십 수년간 지켜봐 왔던 필자는 2000년 초반부터 켈로이드를 구성하는 켈로이드 섬유모세포의 특성을 규명하고, 이것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개발하고자 연구를 지속해왔다. 콜라겐의 분해량과 생성량의 불균형으로 과도한 콜라겐의 축적을 유발시키는 켈로이드 섬유모세포는 역시 무분별하게 증식하는 종양과 유사한 성질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다양한 성장인자와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치료제 연구를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윤채옥 교수 연구팀과도 수년간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콜라겐의 분해를 촉진시키는 등의 효과로 항암치료에 응용되고 있는 간성장인자(HGF)나 체내 호르몬중 하나인 렐락신(Relaxin)을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를 통해 켈로이드에 적용시켜 지속적인 치료효과를 유도한다거나, 켈로이드 발생원인 중 한 가지로 지목되고 있는 TGF-β의 활성을 억제시키는 데코린을 이용한 연구, 세포자멸사와 관련된 HSP 70과 90을 억제시켜 켈로이드 섬유모세포의 자멸사를 유도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또한 최근에는 염증반응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HMGb1이 켈로이드 조직에서 만성적으로 발현이 증가됐다는 점에 착안해, HMGb1의 만성적 발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혀 켈로이드의 발생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중이다. 또한 이러한 기초적인 연구 성과를 임상적으로 연결 시키기 위해서 켈로이드흉터클리닉과 흉터성형레이져 클리닉을 본원 피부과 이주희 교수와 함께 운영하며 치료하고 있다.

아직 기초실험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이나, 성형외과의사로서 치료의 한계에 부딪쳐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하여 필자의 연구팀과 함께 연구하는 공동연구팀(피부과 이주희 교수, 한양대 윤채옥 교수)들의 노력으로 켈로이드의 발생 원인 규명 및 치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픈 바람이다.

이원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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