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지분 보유 목적 변경…엔씨 "경쟁력 약화 우려"
윤송이 엔씨사장 승진 결정적 계기된듯…적대적M&A 가능성도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2012년 6월 김택진 대표의 지분 매각 후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김택진 엔씨 대표 간의 협력 관계가 구축됐으나, 1년 반 만에 두 회사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넥슨은 27일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도쿄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넥슨은 "기존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IT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히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양사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보유 목적 변경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엔씨측은 "지난해 10월 넥슨이 엔씨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공시했는데, 불과 3개월만에 이를 뒤집은 것으로, 넥슨이 약속을 저버리고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엔씨와 넥슨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넥슨의 일방적 경영참여는 엔씨의 경쟁력 약화와 엔씨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2012년 6월 보유지분 중 14만7000주를 주당 25만원에 넥슨에 매각했다. 이같은 '빅딜'은 넥슨이 엔씨 1대 주주로 등극한 후, 양사의 보유자금, 김택진 대표의 지분 매각대금 8000억원 등으로 미국 일렉트로닉 아츠(EA) 등 글로벌 게임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내 게임산업 빅2가 협력해 세계 게임 시장 주류로 등극해보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EA 인수합병에 실패하고 두 기업이 개발이나 사업을 통한 협업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 엔씨 주가가 하락하며 양사간 갈등이 빚어졌다. 넥슨은 "엔씨 주가 하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엔씨 측은 "엔화 가치 변화, 최근 엔씨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넥슨은 엔씨 지분 취득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엔씨 지분을 매입한 주체는 넥슨코리아가 아닌, 일본 도코에 소재한 넥슨 본사다. 넥슨은 최근 엔씨 지분을 추가로 매입, 보유지분율을 15.08%로 끌어올렸다. 공정위는 양사간 기업결합이 가능하다고 앞서 판정했다. 최근 엔씨는 김택진 대표의 아내인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같은 인사단행이 엔씨 경영참여를 모색하던 넥슨을 자극,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진단했다.

김택진 대표가 보유한 잔여지분이 9.9%에 달하고,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7.8%, 엔씨 임직원들이 보유한 스톡옵션 등을 감안하면 넥슨이 엔씨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엔씨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일각에선 넥슨이 엔씨를 대상으로 적대적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이 경우 김택진 대표와 핵심 개발군이 이탈해 엔씨의 경쟁력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넥슨이 적대적 M&A와 같은 '극약처방'을 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함에 따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서정근기자 anti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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