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장소별 행동 분석
고객 중심 서비스로 효율성 극대화
미 아메리카은행, 체크카드 잔돈 자동 저금
산업부도 노인·아이·성범죄예방 과제 추진

고령자체험장비를 착용해 고령자 역할을 하게 된 사람과 이를 관찰하면서 문제를 발견하는 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는 장면.  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고령자체험장비를 착용해 고령자 역할을 하게 된 사람과 이를 관찰하면서 문제를 발견하는 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는 장면. 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최근 서비스디자인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의 경험을 토대로 행동을 분석하고, 수요자 중심의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림자처럼 수요자를 따라다니며 장소별 행동을 분석하고 필요한 것을 파악하는 것이죠. 선진국은 이미 교통, 의료, 치안 등 사회 현안 및 서비스 혁신에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1982년 미국 금융 전문가인 린 쇼스택(Lynn Shostack)이 경영 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최초로 언급했고 1991년 마이클 엘오프(Michael Erlhoff) 독일 쾰린국제디자인대학 교수가 서비스디자인을 디자인의 한 분야로 소개했습니다. 국내에선 2008년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소개한 도서 '서비스디자인시대'가 출간됐고 이후 이 방법이 점차 적용되고 있습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비상벨 설치 주택 및 거리 모습.  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범죄 예방을 위한 비상벨 설치 주택 및 거리 모습. 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그리 어려운 개념만은 아닙니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립해 해결책을 구체화한 뒤 적용하는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생활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무실 책상의 컴퓨터, 전화기, 관련 서적 및 서류 등을 자신이 편한 위치로 배치시키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디자인이죠. 과거 아이디어 제품들도 서비스디자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이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이 정부 정책이나 회사의 사업 전략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우수한 성과를 거둔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미국 아메리카은행은 2005년 이자나 수수료 혜택만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지자 디자인기업에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주요 타깃은 베이비 부머 세대 아이를 가진 주부로 설정하고 비디오 녹화, 심층인터뷰 등을 통해 물품 구매 후 생기는 잔돈 처리를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저금통에 잔돈을 모아야 하는 과정 없이 쉽게 잔돈을 저금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탐색했습니다. 이에 체크카드로 구매 시 센트 단위 잔돈을 올림해 달러 단위로 결제되도록 하고, 그 차액은 고객의 저축 계좌에 저금해주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잔돈은 가지세요'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이 서비스디자인은 2005년 첫해 250만명 등 총 1200만명의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소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비즈니스위크 '2006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친 최고의 서비스'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공공 분야에 적용된 우수사례도 있습니다. 2007년 영국 뉴캐슬은 가정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주민과 에너지 관련 사업자 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가정의 예산 투입 없이 탄소 배출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TV 모니터를 통해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 현황을 보여주는 기기를 개발해 에너지 절감 인식을 강화시켰습니다. 또 마을 전체 에너지 공공구매를 통한 절감분으로 에너지 관리 기업을 설립·운영해 에너지 절약량에 따라 혜택을 제공 운영함으로써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 시간대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서 아낀 전기를 되파는 '네가와트'시장과 비슷하네요. 어쨌든 이 프로젝트 성과를 인정받아 약 7억원 상당의 지역발전 기금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정책에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2012년 서울시는 재개발 예정지로 범죄위험이 높은 염리동을 대상으로 범죄심리 차단 시범사업을 실시했습니다. 골목길에 주민들이 많이 오가게 함으로써 범죄심리를 낮출 수 있음에 주목하고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장소에 산책로 및 운동장치, 위치 지시, 전봇대 비상벨 설치, 지킴이 집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설치해 효과를 봤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21일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3가지 과제를 추진키로 했습니다. 고령자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조사·분석해 노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죠. 아이들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자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 플랫폼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게임 캐릭터와 연계된 센서를 부착하고 운동을 하면 그 캐릭터가 강해지는 식입니다. 또 성범죄예방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업도 추진합니다. 성범죄 피해사례와 치안담당자, 생활환경, 관련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조사·분석을 통해 환경구축 기술을 개발한답니다. 산업부는 제조업에도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에 힘을 보태겠다는 구상입니다.

박병립기자 rib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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