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이호영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최근 유명 연예인이 암 재발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렇듯 암은 유명 인사 뿐 아니라 지인, 동료, 가족, 심지어 나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암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활발해지면서 암의 5년 생존율은 크게 향상되었으나, 2012년 기준으로 암은 여전히 여러 사망 원인 질환 중 선두를 달리는 질병이다. 여러 암 중 갑상선암, 전립선암이나 초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인 반면, 폐암, 췌장암, 담도암 등의 5년 생존율은 여전히 20% 미만으로써 이들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힘든 암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 5년 생존율이 높은 암의 경우에도 초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우며, 일단 치료가 된 후에도 재발 또는 다른 조직으로의 전이암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진단 기법 및 암 관련 지표 발굴과 더불어, 암이 발생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흔히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은 과도한 학업 및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복잡한 대인 관계에서 곤란을 겪으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생활에서의 적절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삶의 의욕을 높이고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며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체 기능의 저하를 유발하여 암이 발병하기 쉬운 신체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스트레스 자체가 암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최근 발표된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 암세포를 이식하여 종양을 생성시킨 마우스에 스트레스를 줄 경우 그렇지 않은 마우스에 비하여 이식된 종양의 성장 및 종양의 성장을 돕는 신생혈관의 생성이 유의적으로 증가된 것으로 나타나, 스트레스가 암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스트레스가 어떠한 기전을 통하여 암의 진행을 촉진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의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도약연구)의 지원을 받아 '흡연 및 비흡연 폐암 발암 인자의 인슐린 유사 성장 수용체를 통한 폐암 발암 과정 규명 및 억제 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필자의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신체에서 증가되는 호르몬에 의하여 전암 단계의 폐 상피세포에서 암화를 촉진하는 세포신호 전달체계가 활성화됨을 발견하였다. 현재 실험동물 모델에서 스트레스에 의하여 암 생성이 촉진되는 지 그 작용기작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스트레스의 암화와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스트레스에 의한 암화를 유발하는 인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모헌드레드, 즉 100세의 장수가 보편화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여 암과 같은 질병의 고통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는 많은 경우 심리적인 반응이므로 사회적, 개인적 변화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며,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 취미 활동 등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필자와 같은 과학자들에 의하여 스트레스에 의한 암화 촉진 과정을 매개하는 인자를 발굴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독성이 없는 암 예방 방법 및 약제를 개발한다면 암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낮출 수 있으며 암의 위협에 대하여 방어함으로써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호영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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