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대회가 한창이다.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지만, 아시안컵에서 번번이 좌절한 우리 축구가 55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지 관심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국가대표의 행보만큼 관심을 끌고 있는 팀이 중국이다. 13억이라는 인구와 막대한 투자에도 축구에서만큼 기를 펴지 못하던 중국 국가대표팀이 연일 강호들을 격파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대표팀이 17일 열린 경기에서 호주전에서 승리하며 예선 조 1위에 올라 중국과의 8강 맞대결을 피했지만 두 팀이 만났다면 어떤 승부가 연출됐을지 눈길을 끌었다.
과거 우리와 중국 간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는 '공한증(恐韓症)'이라는 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우리가 압도했다. 다른 팀과 경기에서는 선전하다가도 유독 우리 앞에만 서면 작아지던 중국. 그 중국이 달라졌다고 하니 공한증이 이어질지 궁금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공한증은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우리와 국경을 접하며 수천 년 동안 서로 영향을 받아 왔다. 둘도 없는 이웃으로 있다가도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로도 맞섰다.
치우천황이나 고구려는 중국에는 공포요, 넘어야 할 벽이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꼽히는 당 태종을 물리친 연개소문. 오죽 두려웠으면 당 태종이 죽으면서 고구려를 정벌하지 말라는 유언으로 남겼겠는가.
중국 사람들이 지금도 즐기는 경극에 연개소문이 등장할 정도다. 경극 속 연개소문은 칼을 다섯 개나 차고 나는 칼을 쓰는 무서운 장수지만 결국 중국의 영웅 설인귀에게 죽임을 당한다. 현실에서 당한 치욕을 경극 속에서 풀고자 했던 중국인들의 심리 상태를 읽을 수 있다.
그 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20세기에는 중국은 우리보다 한 수 밑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은 '팍스 차이나' 시대를 열겠다며 맹렬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앞지르고 있고, 이제는 우리가 강점을 가져온 IT에서도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CES 2015는 그 전주곡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으로부터 주도권을 넘겨받은 대한민국이 안주하는 사이 중국은 이제 우리를 넘어설 세계 IT 시장 마저 선도할 기세다. 한때 짝퉁 천국이라며 한 수 접고 보던 그런 모습이 더는 아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이 쥐었던 기술 주도권은 어느덧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 기업 못지 않은 제품과 기술에 자본력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를 넘어설 시점도 머지않아 보인다.
또 드론이나 3D 프린팅 등 차세대 분야에서는 우리 보다 앞서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겉으로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고 자신한다. 우주 시대도 먼저 열고 전통 산업에서 우리를 앞섰지만, IT에서만큼은 아직은 아니라는 얘기다. 허세일 수도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스마트폰은 물량 공세에 조금씩 밀리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상황이고, 세계 시장을 질주하는 TV 분야도 역전 초읽기에 들어섰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전폭 지지를 받으며 한발 한발 우리의 IT 왕국으로 치고 들어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각종 규제의 올무에 발목이 잡혀 자유롭지 못하다. 겉으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기업 활동을 옥죄는 정부. 공한증이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근형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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