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내외 여건 볼때 저물가 현상 지속 가능성
기업 투자 확대와 가계 소비여력 확충 등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유효수요 창출대책 필요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2년 후반부터 전년동기대비 1%대의 낮은 수치를 지속하다가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0.8%라는 0%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물가목표치(2013~2015년 2.5~3.5%)를 하회하는 저물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원인으로는 공급측면에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이 지속되면서 수입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신흥국 수요 둔화 및 비전통석유(셰일가스 등) 생산 확대 등으로 두바이유가 기준으로 2013년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하더니 지난해 후반부터 급락하면서 최근 배럴당 50달러를 하향 돌파하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저물가의 원인으로 수요축면에서 국내 수요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완전고용 소득수준을 초과한 유효수요를 인플레이션 갭으로, 반대의 부족분을 디플레이션 갭으로 설명한다. 최근 실제GDP가 잠재GDP를 밑도는 디플레이션갭이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GDP갭률[(실질GDP-잠재GDP)/잠재GDP)]는 2012년 하반기 -1.0%의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화증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M2 증가율의 경우 2010년 이전에 약 10% 대를 기록하였으나 2011년 5% 수준으로 급락한 뒤 지금까지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본원통화의 증가율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고 소비를 꺼려 화폐유통속도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는 힘이 과거보다 약하여 디플레이션갭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측면에서 원자재시장의 초과공급 현상도 좀처럼 반전될 기미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바,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물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저물가 현상은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다.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면 무엇보다도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실질금리의 상승으로 기업과 소비자 등을 담당하는 경제 주체들이 투자 및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생산이 감소된다. 또한 명목임금의 하방경직성 때문에 실질임금이 상승할 경우,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되어 고용도 줄이게 된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등 부채를 많이 지닌 사람들은 화폐 가치 상승으로 인해 과거보다 부채를 갚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의 저물가 현상은 디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조차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면서 금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극심한 수요부진과 경기침체를 가져오고 이를 벗어날 정책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저물가 장기화가 디플레이션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수요측면에서 수요부진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고, 가계의 소비여력을 확충하는 등 유효수요 창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투자여건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고, 세제 지원 등을 통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기업들의 투자 확대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 전세가격 폭등 등으로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정책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국내 통화정책의 효과를 점검하고, 향후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서 경기상황에 맞는 신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특히 기준금리에서 단기금리, 장기시장금리, 은행 예금 및 대출 금리로 이어지는 금리 파급경로의 선순환적인 효과를 증대시켜야 한다.

그리고 공급측면에서의 대책은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물가 하락 요인이 가계 소비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의 원가절감이 상품가격 인하로 이어지도록 공산품 등 경쟁촉진, 시장 독과점 구조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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