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출시를 미뤄왔던 삼성의 독자 모바일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첫 출시하는가 하면, 지난해 이후 출시를 중단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OS를 채택한 스마트폰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대표 주자로서 모바일 월드에서 구글 독주 구도를 굳히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던 삼성전자가 모바일 생태계에서 독자 OS로 독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삼성전자는 인도 뉴델리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첫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Z1'의 출시를 알렸다. 이 제품은 4인치 디스플레이, 1.2㎓ 듀얼코어 프로세서, 듀얼 심카드, 1500㎃h 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초절전 모드, SOS 알림 기능, 바이러스 백신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가격은 역대 삼성 제품 가운데 가장 낮은 9만9000원이다. '삼성Z1'은 가볍게 구동되는 타이젠 OS의 특성과 인도 시장을 위한 맞춤형 무료 콘텐츠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타이젠 OS는 리눅스재단 후원으로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축이 된 타이젠 연합이 주도하는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이다. 삼성과 인텔 외에 연합 회원사로 후지쓰, 화웨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NTT도코모, 오렌지 텔레콤, 보다폰 등이 가입해 있다.
타이젠 OS는 차세대 웹 프로그래밍 언어인 HTML5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HTML5는 텍스트와 하이퍼링크만 표시할 수 있었던 기존 웹페이지 구축 환경에서 벗어나 오디오, 비디오, 그래픽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웹에서 바로 보여주는 웹 프로그래밍 언어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같은 화면 구성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앱 개발자가 OS 별, 기기별 앱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다. 삼성전자가 TV를 필두로 사물인터넷(IoT) 확대를 위해 타이젠 OS 채택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혁신적 편의성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Z1은 부팅 속도와 앱 실행속도가 빠르고, 인터넷 성능도 개선돼 웹페이지를 빠르게 불러와 데이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70여 라이브 TV 채널과 23만개 이상의 노래를 즐길 수 있는 '클럽 삼성'(Club Samsung)을 비롯해 TV, 영화,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는 '조이 박스'(Joy Box) 등 신규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타이젠 폰을 일본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구글과 협력 관계, 일본 이동통신사와의 논의가 무산되면서 지금까지 출시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미뤄왔던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를 단행하면서 올해 구글 의존도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가 84%를 차지, 독점 구도를 강화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iOS나 윈도, 블랙베리 등의 다른 OS들은 모두 점유율이 줄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윈도폰을 다시 출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탈 구글 전략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지난해 4월 '아티브SE'를 끝으로 윈도폰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MS는 삼성을 상대로 특허 로열티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분쟁이 잘 마무리 될 경우 윈도폰 출시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타이젠 OS를 채택하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타이젠 모바일 생태계가 구글 대항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젠 연합은 2012년까지 12개 회원사였으나, 업체들의 이탈과 가입이 일면서 현재는 10개 회원사에 그치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사로는 화웨이와 후지쓰 정도인데, 이들 제조사가 타이젠 확산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화웨이는 최근 타이젠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신흥시장 공략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삼성전자가 타이젠폰으로 신흥 시장에서 입지를 늘려나갈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저가의 고사양 스마트폰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 제조사가 신흥 시장을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디스플레이 등 고사양 부품 없이도 가볍게 구동되는 저가 타이젠의 특장점을 살려 삼성전자가 신흥시장에서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