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0달러 선이 무너졌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2.11달러 떨어져 배럴당 47.93달러로 마감했다. 같은 날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48.08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104달러였다. 국제 유가가 급전직하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5개 국책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를 내고 유가 하락의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할 것을 제기했다.

국제유가가 연일 떨어지는 이유는 전반적인 공급과잉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저가 공세,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위축 등이 꼽힌다. 세계 주요 경제분석기관들은 국제유가가 상당 기간 60달러 이하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세일오일과 오일샌드 생산이 늘어나고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감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공급량이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구조조정 여파로 석유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KDI 등 국책연구원들은 올해 유가가 연 평균 49달러를 기록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2%p 상승하고 경상수지가 112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60달러 대 초반으로 유지될 경우에도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가 각각 0.1%p, 52억 달러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생산비 하락과 구매력 증가 효과도 추산했다. 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생산비 하락이 전체산업에서 0.67%, 제조업 1.04%, 서비스업 0.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매력 증가는 경제주체들에 배분되는 정도에 따라 유가하락 분이 비석유제품 가격에 전가된다는 전제로, 경제 전체에서 9조 5000억 원(GDP 대비 0.76%) 증가하며 가계, 정부, 기업의 구매력 증가분은 각각 5조 2000억 원, 1조 7000억 원, 2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호재를 우리가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최경환 부총리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 큰 호재"라며 "두바이유가 60달러대 초반 수준을 유지할 경우에도 약 30조 원의 실질 소득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효과가 전 경제주체에 고루 파급돼 경제 회복의 에너지로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1000조 이상의 가계부채에 짓눌려 있는 가계의 구매력 증진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와 에너지의 가격 변동이 국내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였다. 해외와 국내 간 시차가 있고 수입 및 가공업체들이 가격이 오를 경우 즉각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하락할 경우 늦게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유가 하락이 즉각적으로 온전히 국내 시장에 귀착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KDI등 5개 국책연구원들도 기업이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분을 제품 가격에 빨리 반영하도록 물가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이란 과실을 기업이 독차지하려 할 때 모처럼 찾아온 호재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물론 국제 유가 정보 등 제품가격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실시간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기업간 경쟁을 유발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공공요금의 인하 요인이 생기는 대로 즉각 요금을 내려 기업의 가격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유통단계를 줄여 최종 소비자에게는 쥐꼬리 인하 효과만 전달되는 복잡한 유통과정도 뜯어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늘어난 가계의 구매력과 기업의 이익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볕 날 때 건초 말리듯 유가하락이란 호기에 구조조정 고삐를 죄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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