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 창출과 고차원적 기술 마련해 선진국 진입해야 장기적 지원 전략으로 원천기술 연구개발 집중 창의적 연구환경 마련할 때
송충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정책기획본부장
체감 실업률 10.2% (2014년 11월, 통계청), 근로자 실질 임금상승률 0%대(2014년 3분기, 고용노동부·한국은행), 3.5%의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2014년 12월 , KDI) 등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암울한 경제 전망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나아가 전 세계적 저성장 추세가 장기화됨에 따라 온 나라의 관심사는 '경제 활성화', '경제성장'으로 쏠린 지 오래고, 이제 대한민국 전 국민이 한 마음으로 바라는 소원이 '경제 활성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경제문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가 됐다.
현 정권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국정과제로 창조경제의 실현을 강조했다. 과거 대한민국이 자원도, 인재도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 선진국의 기술을 활용한 응용기술을 통해 성장을 도모했다면, 선진국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은 신시장 창출과 고차원적 기술수준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과거의 추격형 연구개발(R&D)전략에서 탈피해 선도형 R&D전략을 추구하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 추진과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개발된 기술의 응용을 통해 생산된 상품을 수출하여 높은 소득을 올렸던 우리 국민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는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크게 와 닿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기초과학을 경제 활성화의 핵심 카드로 꺼낸 것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짧은 기간 내에 가시적 효과를 내기는 어려우나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미국, 독일 등의 과학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초과학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1917년 설립된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 1931년 설립된 미국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1948년 설립된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협회(MPG) 등은 수 세대에 걸쳐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온 세계적 연구기관들로 수준 높은 기초과학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우수한 과학기술을 주변국에 수출하며 높은 기술 로열티를 벌어들이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의 목적은 자연현상을 연구해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있으나 결과물이 산업적 응용으로 이어질 경우 폭발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법칙, 뢴트겐의 X선, 플레밍이 개발한 페니실린 등은 대표적인 기초과학 성과인 동시에 다양한 산업적 혁신의 근간이 됐다. 이는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탐구를 장려하고 인류에 기여할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필요성을 방증한다.
한국이 염원하는 노벨과학상 배출도 마찬가지다. 2014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존 오키프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방문해 "뛰어난 기초과학 성과는 창의적 아이디어, 연구진의 노력, 안정적인 지원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며 "한국도 연구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가 아니라 많은 과학 선진국이 그래왔듯, 대대손손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초과학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내일의 대한민국 경제를 든든히 받쳐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다만, 거위가 자라 황금알을 낳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으니 이제 조금은 긴 호흡으로 우리의 미래를 바라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