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일이상 해외출장 ‘국제표준 외교관’… 특허연계 성과도
'ETRI 표준화 CTO 조직'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ETRI 표준연구센터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ETRI 제공
'ETRI 표준화 CTO 조직'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ETRI 표준연구센터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ETRI 제공

■ ICT 표준 길목을 잡아라
(중) 한국은 글로벌 ICT 표준 팩토리


이강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국내외 출장일수만 100일을 훌쩍 넘겼다. 1년의 3분의 1 가까이 연구실이 아닌 출장지에서 보낸 셈이다. 덕분에 가정에선 '빵점 남편이자 아빠'로 찍힌 신세다.

지난 2001년부터 ETRI에서 15년째 ICT 표준 전문가로 활동한 덕분에 얻은 '피할 수 없는 훈장'이다. 해외 각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표준화 회의에 참가해야 하는 국제표준 전문가의 숙명이다.

◇'국제표준 외교관'으로 살아가는 표준 전문가들=이 책임연구원은 현재 6개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에디터와 라포처(의장) 등으로 활동하는 국내 대표 ICT 표준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최근에는 ICT 분야 핫이슈인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분야 표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

새해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 확정된 올해 해외출장만 12건에 이른다.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표준회의를 시작으로, 다음달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국제표준회의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출장이 잡혀있다.

남들처럼 출장 중 잠시 시간을 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볼 여유도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국제표준화회의의 경우 짧게는 2∼3일, 길게는 2주일 동안 진행되고, 국가 간, 기업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회의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해 한시도 자리를 뜰 수 없다.

자칫 회의 도중 자리를 뜨면 우리나라에 불리한 내용이 국제표준에 반영되거나, 국제표준 논의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회의 시간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고, 다른 국가의 입장을 미리 파악하기 위한 각국 표준전문가와의 사전 미팅도 게을리할 수 없다.

이 책임연구원은 "표준 제정은 R&D 결과물을 갖고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이면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설득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외교력과 급박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순발력과 치밀함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CT 핵심기술 '국제표준 강국'으로 도약=우리나라는 ICT강국 답게 글로벌 ICT 표준화 무대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 중 규모가 가장 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제출된 표준 관련 전체 기고서 3만8217건 중 우리나라는 10.8%에 달하는 4138건을 냈다. 이는 ITU 193개국 회원국 중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왕성한 국제표준화 활동 성적을 수치로 보여준다.

이동통신, 와이브로, 지상파DMB, 차세대 네트워크, 정보보안 등 ICT 전반의 핵심 기술이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으로 제안해 채택된 표준화 기술들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유도 방식의 무선충전, HDTV 방송의 화질 측정방식, 휴대전화 충전단자 등 국민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ICT 관련 표준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제표준을 특허로 연계시켜 국제표준화기관에 등록한 'ICT 표준특허'도 전체의 8.6%에 달하는 3816건을 확보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ICT표준 팩토리' ETRI 표준연구센터=이 치열한 무대에서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조직은 바로 ETRI 표준연구센터다. 이 책임연구원이 몸 담고 있는 표준연구센터 소속 43명의 표준 전문가들은 ICT 분야 국내외 표준화를 주도하는 이른바 'ICT 표준 메이커'들로 통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ICT 표준 팩토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전문가들의 왕성한 활약 덕분이다.

ETRI 표준연구센터는 지난 1989년 '프로토콜엔지니어링센터'로 출범한 이래 25년간 국가 대표 ICT표준화 전문가 조직으로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직원의 67%인 29명이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의장단 및 에디터로 선임돼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사물인터넷(IoT),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등 ICT 핵심 기술 분야에서 13건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결실을 거뒀고, 빅데이터 표준화그룹 신설 및 신규 표준 제안 등 역할을 하며 ICT 국제표준 이슈 발굴과 제안, 제정에 이르는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와이브로, 무선랜, 블루투스 등 이동통신 분야 표준화를 추진하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EEE802에서 3건, ITU-T SG13(스터디그룹13)에서 2건 등 모두 5건의 표준특허를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ICT 올림픽'으로 불리는 ITU 최고의사결정 회의인 '2014 ITU 전권회의' 유치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성공적인 행사 개최로 우리나라가 ICT 정책·외교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도 이바지했다.

센터는 ITU, ISO 등 공적표준화기구는 물론 IETF, IEEE, W3C 등 사실표준화기구에서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그린ICT, IoT, 빅데이터 등의 표준화를 이끌며 '글로벌 ICT표준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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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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