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금융증권부장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새해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을 타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금산분리법, 금융실명제 등 그동안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온 관련 법제도의 검토에 들어갔으며, IBK기업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기반만 조성되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며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앞뒤가 바뀌었다.

정부도 금융회사도 왜 인터넷 전문은행이 필요한지, 한국 금융환경에 맞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무엇인지 제대로 된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다.

핀테크가 대세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필요하다고 하니 일단 하고 보자는 식이다.

심지어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전문은행을 혼동하는 것은 아니지 의심마저 든다.

사실 한국에서 핀테크는 태동부터 동기가 영 석연치 않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중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급부상한 게 바로 간편결제로 대표되는 핀테크다.

하지만 당시 중국인들은 다소 불편함은 있었으나 간편결제 없이도 충분히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있었다.

금융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라도 정부가 또 다른 치적용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이유이다.

실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 국감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 핀테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은행이 앉아서 예대마진이나 챙기던 시대는 끝났다.

IT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없이는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도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물밑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그것을 선제 지원하듯 금융회사들이 움직이는 모양새는 곤란하다.

당장 금융당국은 1월 중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방안 등을 담은 핀테크 육성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대로 된 여론 수렴 과정 한 번 거치지 않았다.

마치 이미 결론을 내놓은 듯한 각종 정책들이 설로만 난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도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정확한 역할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

지금 정부나 금융회사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은 모바일 뱅킹을 포함해 인터넷 뱅킹이 우리처럼 발전해 있지 않았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급히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IT 수준은 인터넷·모바일 인프라와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24시간, 실시간으로 전자금융거래가 가능한 나라는 우리뿐이다.
온라인 예대 업무나 펀드 판매는 이미 인터넷 뱅킹에서 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거래를 허용하면 화상상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대로라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의 자회사를 하나 더 늘리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보안을 간과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IT강국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전자금융사고에 매우 취약하다.
피싱, 파밍, 스미싱 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던 공인인증서도 뚫렸다.
카드사에서 1억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상 초유의 사고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핀테크 열풍에서 보안은 다소 소외된 느낌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간편결제 등의 사전 보안성 심사를 사후 점검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 적극적인 핀테크 행보에는 반드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전문가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실시간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전자금융 사고 시 피해라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시간 승인을 일정 시간 늦추는 것이다.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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