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 우리 식탁도 변하기 마련이다.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도 달라지고, 양과 질도 달라진다. 오랜 세월 함께했던 전통 음식이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낯선 음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식탁은 놀랍게 변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풍성해졌다. 하얀 이밥에 기름진 고깃국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초근목피로 채웠던 반세기 전 식탁의 모습도 보릿고개의 아픈 기억과 함께 완전히 잊혔다.
우리 식탁의 변화는 최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우선 하루에 소비하는 식품의 양이 2배 이상 늘어났다. 1961년 하루 955g에 불과했던 식품 소비량이 2011년에는 선진국 수준인 2167g으로 늘어났다. 식탁에 오르는 식품의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곡물 소비량은 488g에서 416g으로 줄어들었고, 특히 쌀은 235g으로 10% 이상 줄었다. 달걀·유제품의 소비는 무려 11배나 늘어났다. 설탕·지방의 소비도 8.3배 늘었고, 채소·구근류·과일의 소비도 2.5배가 증가했다.
육류·수산물의 소비도 크게 늘어났다. 49g에 불과했던 1인당 육류·수산물의 소비가 339g으로 무려 6.9배나 늘어났다. 특히 1961년에는 하루 평균 겨우 2.1g을 먹을 수 있었던 쇠고기의 소비량은 무려 33배나 늘어났다. 돼지고기 소비도 23배 증가했고, 수산물 소비도 7.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소비된 육류와 수산물의 총량은 겨우 3배가 늘었고, 1인당 소비량도 86%가 늘었을 뿐이다. 꿈에서나 그리던 기적이 실현된 것이다.
그런데 화려하고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는 우리의 입장이 난처하다. 식탁 위 진수성찬에 만족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저질 먹방에 취해 더욱 자극적이고 이색적인 음식에 집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죽으려고 먹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비만을 비롯한 생활습관병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첨가물 범벅이라는 가공식품이나 저질 수입산 식품에 대한 불안감도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과 인터넷을 가득 채우고 있는 먹거리에 대한 엉터리 영양·건강 정보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우리 스스로를 얽어매는 족쇄를 풀어야 한다. 어설프게 고전 속의 사자성어를 흉내 낸 정체불명의 '신토불이'(身土不二)도 그 중 하나다. 어려운 농어민의 형편을 헤아려 주거나 장거리 수송·유통에 따른 비효율과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식탁의 절반 이상을 수입산으로 채워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45% 수준이고, 육류 자급률도 70% 수준이다. 사료용으로 수입하는 곡물까지 고려하면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20%를 조금 넘을 뿐이다.
전문가들의 섣부른 주장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깨끗하고 좋은 식재료를 정성껏 조리해서 만든 음식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되고, 값싸고 간편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끼니를 걱정하고, 값싼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이웃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어떤 경우에도 먹거리의 소중함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자극적인 맛과 불확실한 영양·건강 정보에만 매달리던 우리가 이제는 요리법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엉터리 정보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저질 먹방의 열기가 식어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요리에 대한 관심을 또 다른 저질 예능으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음식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식탁의 품격을 되살려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 언론의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