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경쟁 패배 땐 시장서 외면
기업생존 직결… 소니 몰락 대표적
"미래먹거리 만들기 위한 핵심영역"
국가 차원 전문인력 양성 등 경쟁

지난해 10월 20일부터 3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의 하나인 '2014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 권회의' 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는 전세계 170여개국 장차관급 140여명을 포함한 정부대표단 3000여명이 참석해  ICT 관련 현안 및 글로벌 정책방향 등에 논의를 나눴다.                                         미래부 제공
지난해 10월 20일부터 3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의 하나인 '2014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 권회의' 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는 전세계 170여개국 장차관급 140여명을 포함한 정부대표단 3000여명이 참석해 ICT 관련 현안 및 글로벌 정책방향 등에 논의를 나눴다. 미래부 제공

■ ICT 표준 길목을 잡아라
(상) 총성없는 전쟁터 글로벌 ICT 표준


기술과 산업 판도가 숨 가쁘게 변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IC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무기로 '글로벌 ICT 영토'를 점령해 가고 있다. ICT는 대표적인 승자독식 산업이다. 노키아와 소니의 몰락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에서 한 번 밀려나면 모든 영광을 빼앗기게 된다. 최근에는 과거에 없던 신시장을 만들고 시장을 선점하는 수단으로 '기술표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ICT 표준 확보를 둘러싼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적과의 동침'은 물론 인수합병(M&A)을 통한 제휴, 결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지고 융복합화되면서 ICT 표준 선점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2015년을 맞아 ICT 표준의 중요성과 주요 이슈를 3회에 걸쳐 조명한다.

기술과 산업 판도가 숨 가쁘게 변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IC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무기로 '글로벌 ICT 영토'를 점령해 가고 있다.

ICT는 대표적인 승자독식 산업이다. 노키아와 소니의 몰락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에서 한 번 밀려나면 모든 영광을 빼앗기게 된다. 최근에는 과거에 없던 신시장을 만들고 시장을 선점하는 수단으로 '기술표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ICT 표준 확보를 둘러싼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적과의 동침'은 물론 인수합병(M&A)을 통한 제휴, 결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지고 융복합화되면서 ICT 표준 선점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2015년을 맞아 ICT 표준의 중요성과 주요 이슈를 3회에 걸쳐 조명한다.

◇신시장 선점의 강력한 무기 '표준'=1970년대 VCR 규격을 둘러싼 소니와 마쓰시타의 경쟁은 표준이 기업 생존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소니는 당시 '베타맥스'라는 앞선 기술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마쓰시타가 VHS 기술을 내놓으면서 한 곳은 반드시 패할 수밖에 없는 규격 경쟁이 벌어졌다.

베타맥스는 화질, 영상잡음 등이 여러 면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었지만, VHS는 긴 녹화시간과 값싼 생산체제, 호환성 확보전략을 펼쳐 10년에 걸친 표준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결국 소니는 우수한 기술을 갖고도 표준전쟁에서 패배해 베타맥스 방식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처럼 표준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차지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로 쓰인다. 특히 핵심 특허기술을 담은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면 제품과 서비스에 이를 적용해야 해 표준을 잡은 자는 엄청난 경제적·산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국제표준을 표준특허로 연계해 권리를 행사하면 이를 사용한 대가로 로열티 등 기술료 수입까지 얻는 파괴력을 가진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국 기술을 국제표준에 올리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국제표준화 활동도 밀착 지원한다.

◇국제표준화 무대는 '총성 없는 전쟁터'=소니 베타맥스 퇴출 사례에서 보듯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이 인정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으면 국제표준 기술로 채택될 수 없는 게 표준화 전쟁의 현실이다.

표준화 전쟁에서 승리한 기술만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고, 반대로 전쟁에서 패배한 기술은 시장에서 흔적없이 사라진다. 갈수록 국가 간 산업 국경이 사라지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ICT 시장은 더더욱 그렇다. 오직 1등만이 살아남아 알토란 같은 열매를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표준화 전쟁은 기술 개발 경쟁 못지 않게 '미래 먹거리 만들기'를 위해 전체 조직의 역량을 집중할 또 다른 핵심 영역이라고 ICT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국가의 국력과 기업의 전략, 전문가의 전문성이 총동원되는 국제표준화 무대에서 주된 활동은 다양한 국제적·지역적 표준화 회의에 참여하면서 전략적 협상 능력을 갖춘 표준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진다. 표준전쟁이 가속화되면서 표준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000여명의 표준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산업체는 주요 표준화기구 활동 경험이 있는 표준 전문가를 영입해 자사 신기술이 국제표준 기술로 채택되도록 전력을 기울인다. 최근 중국의 주요 ICT 기업들이 표준 전문가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ICT 표준, 글로벌 사업화 핵심 전략=전통적인 산업의 표준이 이용자의 편리성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ICT 표준은 시스템이나 단말기의 상호 운용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ICT 분야에 표준이 없으면 유무선을 넘어 모바일 시대로 접어드는 첨단시대에 복잡한 기기와 망을 뛰어넘은 원활한 통신은 불가능하다. 표준이 ICT 산업에서 중요한 이유다.

과거에는 휴대전화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규격의 휴대전화 충전기를 출시해 이용자들의 불편과 사회적 낭비가 컸다. 이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 충전기 표준을 제정·시행, 이용자의 불편이 사라진 것은 물론 연간 35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ICT 표준은 중복 투자를 예방하고 개발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호환성 확보를 통해 생산비용을 낮춰 결국은 이용자의 편익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업은 상호 호환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갖게 돼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허기술을 표준에 반영시킨 표준특허가 사업화되면 막대한 기술료 수입도 벌어들일 수 있다.

김형준 ETRI 표준연구센터장은 "표준은 시장을 만들어 파이를 키우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부가가치를 얻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국가 차원에서는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기업은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ICT 표준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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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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