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제재처분·소관법령 해석권한 위임
"위원회 의사결정 기능 약화가능성" 지적도

금융위원회가 신제윤 위원장의 권한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2013년 6월과 2014년 7월 각각 운영규칙을 개정해 위원장 위임사항을 확대한데 이어, 12월 31일에도 금융회사 제재처분에 관한 사안과 금융위 소관 법령에 대한 해석 권한 등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위원장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금융위 업무에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원회로서 의사결정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12월 31일부로 개정된 '금융위원회 운영규칙'을 고시하고 위원회가 위원장에게 위임하는 사항을 14가지 추가했다.

이번에 위원장에게 위임된 내용에는 중요하고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우선 위원장에게 추가로 위임된 내용에 금융기관 제재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및 검토 업무가 포함됐다. 또 최근 규모가 증가하고 주목을 받고 있는 전자금융거래와 관련해 과태료 부과·징수에 관한 사항을 위원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는 금융권 전반에 적용될 수 있고 포괄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금융위 소관 법령에 대한 해석 권한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또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사에서 발행하는 공채인 공사채 등록에 관한 사항과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개선계획의 내용 점검 및 보완 요구에 관한 사항도 위원장 위임사항으로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신용협동조합 기금관리위원회 위원 위촉과 KDB산업은행 전무이사, 이사, 감사 등의 임명 또한 금융안정기금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위촉 권한도 위원장에게 위임하도록 했다.

신제윤 위원장이 부임한 후 금융위는 2013년 6월과 2014년 7월 각각 운영규칙을 개정해 위원장 위임사항을 확대한 바 있다. 2013년 6월에는 여신금융협회 정관변경 허가, 투자자문업 등의 폐지 및 합병에 관한 사항, 과징금 관련 행정절차 등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지난해 7월에는 IT 위탁 금융사에 대한 감독, 검사 업무와 취약점 분석 실태 점검을 위임사항에 넣었다.

금융위는 금융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최종 결정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당연직 위원으로는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금융위는 위원장 위임사항을 확대한 것이 금융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위임사항 확대에 따라 관련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위원장 위임사항이 계속 늘어날 경우 금융정책을 합의제로 논의하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로 구성한 것은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관계자들의 독단을 막고 금융정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과 현안 등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과도한 업무 효율성 추진으로 금융부가 아니라 금융위원회를 구성한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규기자 kj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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