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돈 풀기가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부양보다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지부진한 '아베노믹스'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

지난 2008년 이후 무려 네 번이나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진 일본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제에도 분명한 경고를 주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또 다시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경제는 대규모 정부 부채와 저조한 경제성장으로 특히 어려움에 처해있다.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 과도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썼으나 두 분기 연속 후퇴하는 일본의 경기침체를 막지 못했다. 일본은행이 실시한 대규모 양적완화는 엔화 가치를 대폭 떨어트렸다. 그러나 엔저(低)는 수출을 증가시키기보다 수입가격을 올려서 수입이 증가했다. 일본은 지난 29개월간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물가도 올랐지만 일본은행이 내세운 인플레이션 목표, 2%에 훨씬 못 미쳤다. 재정지출도 확대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현금을 깔고 앉아서 기계, 시설 등에 투자를 하거나 임금이나 배당을 증가시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아베 총리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또 다시 압승했지만 아베노믹스는 아직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문제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만으로 일본경제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아베 총리는 절실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 농민들을 국제경쟁에 내몰아야 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여성과 외국인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아베가 그동안 약속해온 구조조정을 이행해야 한다.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일본경제가 1990년대 초 자산가격 거품이 꺼진 후 정부가 보다 과감한 재정확장 정책을 실시하고 신속하게 은행 손실을 상각하고 은행자본을 확충했다면 훨씬 개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재정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실시한 1997년의 소비세 증세는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으며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또한 마비되다시피 한 은행들은 경기침체를 지연시키고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정부부채 비율은 80%에서 240%를 초과함으로써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정부 부채가 많은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소비세 증세효과가 경기를 위축시킬지라도 증세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일본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나 아베는 구조개혁과 같이 어려운 개혁노력은 피하고 손쉬운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확대 정책 및 법인세 인하 등만 추진해왔다. 아베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구조개혁 즉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다. 구조개혁 없이 재정,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경기회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지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잠재성장률은 계속 저조하고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강조한 것도 우리 경제가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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