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의 발견/최광현 지음/부키 펴냄/288쪽/1만3800원
"눈물로 걷는 인생의 길목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까지 배웅해 주는 사람은 바로 우리 가족이다"
-권미경 (아랫목) 중에서-
바로 어제까지 죽을 듯 싸우고 원수 같이 지냈어도 밖에서 치이고 서러운 날에 기댈 곳은 결국 가족밖에 없다. 쉽게 잊고 살지만, 이 한 구절의 시처럼 가족이란 늘 내 곁에 그대로 있으면서 보듬어주는 소중한 존재다. 참 따뜻한 시선이다. 가족이라는 것이 아름답고 위대하기까지 한 작은 공동체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그러나 조금 더 가까이서 가족을 들여다보면 복잡미묘한 감정이 생긴다. 크고 작은 상처, 서러움, 질투, 애증 등 함께 부대끼며 지내온 시간 속에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들이 복받쳐 오른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은 가족이라는 집단에도 해당 되는 말인 듯하다.
문제는 이 비극이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거나, 타자에게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옮겨가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예로 수원 팔달산의 살해범 박모 씨가 잔인한 살인을 하게 된 출발점도 가정 불화에 있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서의 가족, 그 이면에 쌓여가는 갈등 문제는 전문적인 치유의 대상으로 재발견될 필요가 있다.
신간 '가족의 발견'은 가족의 비극에 주목한다. '가족 심리 치유' 전문가가 다양한 상담 사례를 엮어 '왜 우리는 가족에게 상처받고 힘들어할까?',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주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질문들에 답을 던진다. 그가 전하는 상담 사례들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술술 읽힌다. 일례로 남편에게 이유 없이 자꾸 분노하는 여성에 대한 상담 사례를 제시하며 '불안'에 대한 심리 문제를 풀어낸다. 이 여성은 별 것도 아닌 일에 남편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남편이 꼬리를 내리고 눈치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불안감이 가라앉는다고 저자에게 털어놨다. 저자는 그에게 '자기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심리 상태'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 여성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족들을 폭행했는데, 아버지는 퇴근 후 가족들이 아버지 자신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딸로서 그런 아버지 곁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느껴왔던 이 여성은 결국 '폭력'이라는 똑같은 방식으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유하고 더 이상 상처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지만, 상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서 완화할 수는 있다고 제언한다. 상처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가보다 그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가족 구성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변화와 치유의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감'이라는 명약이 만들어 진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어떤 심리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이해하려 손을 먼저 내민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나 포옹 한 번으로도 자연스레 치유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라'에서는 '행복한 가족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족은 불행의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문장으로 가족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가족에게서 받는 상처는 다 다르겠지만, 회복을 통해 행복을 되찾아 가는 길은 소통과 공감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결론을 다시금 새겨보게 된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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