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장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장


12월은 한 해를 공과를 평가하고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하는 일로 분주하기 마련이다. 한해를 돌아보다 보면 조금은 감상(感傷)에 빠지게 십상인데, 필자가 몸담고 있는 협회의 2014년 12월은 예년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당장 대부분의 사무국 직원 얼굴을 보기 힘들다.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정기 회의 시간에나 잠깐 얼굴을 볼까, 대부분 현장에 나가 있는 까닭이다. 내부에 남아 있는 직원들의 얼굴에도 연말을 맞는 나른한 감상 따위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맞게 실시간 대응을 하다보니 다들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하다.

12월 같지 않은(?) 연말을 맞게 된 단초는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13년 12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SPC는 '함께해요'라는 구호와 함께 권리자-사용자가 함께 SW정품 환경을 갖춰 나가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글로벌 자산관리 표준인 SAM(Software Asset Management)을 우리 산업 환경에 맞춘 ⓒSAM 서비스를 본격 선보인 것이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SAM 서비스를 선보일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적극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여전히 권리자는 사용자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사용자도 자신들의 SW사용 실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캠페인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판단 정도가 당시의 솔직한 상황 인식이었다.

ⓒSAM 서비스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크게 인기를 끌던 방송인 샘 해밍턴씨를 홍보대사로 쓰는 한편, 자율 관리가 사용자는 물론, 권리자에게도 유익하다는 메시지를 연초부터 꾸준히 전달하자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국 38개 주에서 채택할 정도로 빠른 확산을 보이던 불공정경쟁법(UCA)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현실로 닥쳐온 것도 영향이 컸다.

3월이 지나자 "우리는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문제 없다"는 식이던 국내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문 상담과 전화 문의가 부쩍 증가하기 시작했고, 강연 요청도 쇄도하기 시작했다. 개별 대응이 쉽지 않아 4월, 어려운 SW정책을 사용자에게 설명하는 제1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컴플라이언스 콘퍼런스를 열었다. 150석을 준비했지만 자리가 모자라 의자들을 추가로 구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세월호 침몰의 충격이라는 전대미문의 참사 직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열기였다.

이렇게 조성된 분위기는 여름에 접어 들면서 본격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게는 40~50명 규모의 중소기업부터 많게는 5000명 이상의 대기업, 공공기관까지 서비스 도입을 전격 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협회 출범(2000년)이후 지금까지 쌓은 SW실태조사, 라이선스 전문 분석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들이 사용자의 사업장을 방문,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 개선 의견까지 담은 리포팅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사업장이 규모가 크거나 전국에 산개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한 달에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일부 서비스는 올해 안에 결과 리포팅을 해야 하는 까닭에 해당 직원들은 더더욱 정신 없이 일에 매달려 있고, 일부 서비스는 연말연시와는 상관없이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1년 만에 발생한, 예상 외의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 범정부 차원에서 표방한 '소프트웨어중심사회'도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변화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 비출 때, 다가오는 2015년에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선진 SW사용 환경을 갖추느냐에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은 선진 SW사용 환경 국가로 가느냐 여부가 달린 중요한 시기,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과연 2015년에는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SAM 서비스를 채용할까? 알 수 없다. 다만 이 소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필자와 SPC는 달리는 말 위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자세로 연말과 새해를 맞을 뿐이다.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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