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만 파괴…투약 10분만에 항균효과 임상 2상 시험 준비·글로벌 라이선싱 추진 R&D 파트너들과 신기술·수익원 발굴 박차
인트론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신약 물질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유동일기자eddieyou@
■ 스타트C 코리아 (9) 융합 R&D로 성장하는 '인트론바이오'
미래학자들은 2020년 이후는 생명체 관련 기술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바이오 경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생명 원리를 응용한 기술로 식량, 에너지, 질병 등 인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바이오가 기초가 된 융합 기술이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것.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다양한 바이오 사업을 펼치고 있고 정부도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다양한 산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바이오 벤처가 실질적 결실보다는 '가능성'에 중심을 두고 적자를 보면서 사업을 끌고 나가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24일 찾아간 성남 중원구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 본사에는 여러 이름을 달고 있는 연구소들이 눈에 띄었다. 이 회사의 R&D 조직은 유전자 시약과 분자진단 등 중단기 연구를 하는 '기술연구소'와, 바이오 신약과 인공혈액, MRI(자기공명영상) 조영제 등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연구소'로 나뉘어 있다. 또 생명공학연구소는 '인더스트리얼파지센터', '리신센터', '단백질공학센터', '미래기술센터', '테크니컬파지센터' 등 5개 세부 연구 조직을 두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술성 평가로 코스닥에 특례 상장한 인트론바이오는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지난해 상장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바이오 신약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 회사가 '실적'과 '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쫓을 수 있었던 것은 '융합R&D'의 힘이 컸다.
인트론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박테리오파지를 배양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유동일기자eddieyou@
◇'R&D 네트워크'로 기술력 확보=이 회사가 개발하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는 기존 합성 항생제와는 원리부터 완전히 다른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이다. 기존 항생제는 대부분 박테리아의 세포벽이나 핵산, 단백질의 합성을 화학적으로 막아 증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약들은 박테리아 숫자를 직접 줄이지는 못하며, 내성균이 발생하거나 패혈증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최근 항생제에 강력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출연해 미국에서만 연간 1만명 이상의 환자가 사망하고 있다.회사가 개발 중인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는 세균의 천적으로 알려진 미생물 '박테리오파지'와 이를 유전·생물공학 기술로 가공한 단백질 효소 '파지 엔도리신'을 이용해 만든 항생제다. 이 바이오 신약은 박테리아 안으로 들어가 박테리아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벽을 직접 파괴한다. 직접 박테리아를 공격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내성균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투입 후 10분 안에 항균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정해진 목표 병원균만 맞춤형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다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인트론바이오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연구성과를 내고 있어 중국과 러시아, 미국에서도 공동연구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회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동안 연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라이선싱을 추진하고 있다.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미생물 '박테리오파지'(사진 위)와 슈퍼박테리아중 하나인 '다약제 내성 포도알균'.
◇R&D 파트너들과 신기술 발굴=신약 개발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99년 연구용 키트류와 시약을 국산화하며 사업을 시작한 인트론바이오는 시장에 자리잡은 후 성장을 위한 신사업 아이템을 찾는 문제에 부딪쳤다. 신사업에는 기술이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자체 R&D만으로는 기존 사업과 신사업 모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신사업 분야로 선정한 '감염성 미생물 진단과 치료, 예방'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R&D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구축, 서울대, 이화여대, 가톨릭대, 전남대, 충남대, 경북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질병관리본부, 항생제내성균주은행 등 많은 대학과 연구소를 끌어들였다. 이후 2002년 정부 지원을 받아 박테리오파지 연구를 시작해 2007년부터 본격적인 단백질 의약품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영역인 만큼, 제형과 제조 공정 개발, 안전성 시험, 효능 시험 등 개발 과정마다 난제들이 숨어 있었다. 연구 초기에는 미생물 의약품 개발 경험이 있는 국내 기관은 물론,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인 표준화된 생산 균주를 만들 인프라조차 없어 미국에 찾아가 현지 기관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도움으로 제품 개발 가이드를 만들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과 협력해 안전성 및 효능 입증 연구를 하면서 개발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동 R&D를 적극 제안하고 발 빠르게 추진한 것이 사업화를 위한 기간을 앞당긴 비결이 됐다.
강상현 인트론바이오 연구소장은 "회사의 고유 기술을 산업적으로 성공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데 정부나 관련 기관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 큰 몫을 했다"며 "최근에는 대학들도 산학협력을 중요시해 적극적으로 기업들과 함께 연구하기를 원하고 있고 정부 기관들도 중소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기술 바탕으로 사업 아이템 융합=뛰어난 기술을 보유해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기업은 실패한다. 신약을 만들어 상용화하는 데는 10~15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의약품과 전혀 다른 바이오 의약품은 더 오랜 검증 기간이 걸릴 수 있다. 이런 기간을 가능성만 갖고 버티기엔 어려움이 많다.
인트론바이오는 R&D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이용해 다른 분야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 다양한 수익사업을 발굴했다. 2011년 동물용 항생제를 직접 사료에 배합할 수 없게 규제한다는 정보를 입수, 축산 분야 전문기업인 CTC바이오와 손잡고 박테리오파지 기술을 응용한 동물용 항생제 대체재를 개발했고, 첫해 1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됐다. 이후 박테리아 파지 기술을 응용한 식중독 방지용 식품첨가제, 바이오에탄올 제조공정의 박테리아오염 저감제, 생물학전 대응제제 등을 여러 기관들과 협업해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응용 분야를 캐시카우로 삼아 바이오 신약과 MRI(자기공명영상) 조영제, 인공혈액 등 혁신적 상품을 개발해 성장한다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다.
◇개방형 혁신은 세계적 대세=매년 수조원을 R&D에 쏟아붓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최근 계속 낮아지는 R&D 생산성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제약사와 연구기관 등과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여러 바이오 벤처를 인수합병해 기술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나만 잘해서'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미다.
강 소장은 "기술이 전문화되면서 이제 작은 기업도 여러 기관과 기술 융합을 통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R&D를 잘하는 기업이 제조와 영업을 잘하는 기업과 협력할 수 있고, 전혀 다른 기술 분야의 기업과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간 협력 시 특허 보장이나 수익 분배 등 조건을 명확히 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법이나 인문·사회 분야 계열의 역할이 커질 것이며 사업화 영역을 전문적으로 조율해주는 전문 인력 배출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