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량 4단계로 알려주는 공기호흡장치 산청, 'HUD시스템' 막바지 테스트 한창 '현장모니터링' 도 5년후 개발완료 주목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 위치한 산청 본사 연구소에서 직원들이 공기호흡장치 안전경보(HUD) 시스템의 통신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 스타트C 코리아 (8) 소방안전 'IT'로 높인다
월평균 근로시간 약 240시간, 평균 수명 58.9세.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현실이다. 이들은 화재 및 사건·사고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만 정작 자신들의 목숨은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29명으로, 올해만 9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생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무사히 돌아오더라도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소방관들의 발목을 잡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심리적인 고통이 대표적인데, 우리나라 전체 소방관의 39%가 자신이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정부는 물론 관련 기업들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안전처 출범 후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소방 관련 기업들은 소방관들의 육체적 안전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방호 소재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출시해 온 기업들은 이제 IT를 활용한 첨단기법으로 소방관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나들목에서 나와 한적한 시외도로를 달리다 보면 산자락에 보호장비 개발 전문업체 산청 본사가 나온다. 초입부터 삼엄한 경비 시스템이 맞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소방과 IT의 만남 '허드 시스템'=산청은 '개인의 안전보호'라는 최우선 목표를 바탕으로 방독면과 방호복, 공기호흡기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공급하고 있다. 회사의 심장과도 같은 연구센터 중에서도 수많은 테스트가 이뤄지는 실험실은 불완전을 완전체로 거듭나게 하는 공간이다. 이날 방문한 실험실에서도 회사의 차세대 제품인 '소방용 공기호흡장치 안전경보 시스템'의 막바지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었다.
허드(HUD)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치는 공기호흡장치의 산소가 얼마만큼 남았는지 알려준다. 방독면처럼 생긴 면체 앞에 LED로 공기 상태를 4단계(100%, 75%, 50%, 25%)로 나눠 실시간으로 알려줌으로써 화재현장에서 산소부족으로 질식하는 상황을 미리 방지해 주는 것이다. 공기호흡기 하나만 매고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관들에게 어찌 보면 당연히 필요한 시스템이지만, 그동안 이마저도 없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윤병선 산청 연구소장은 "그동안 공기저장장치의 상태는 산소통에 달린 표기판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화재진압에 신경 쓰다 보면 이를 확인하지 못한다"며 "기존 장치에 간단한 IT요소를 결합한 것이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청은 약 2년간의 노력으로 허드 시스템을 개발한 후 미래창조과학부(당시 지식경제부)의 신기술 인증까지 획득했다.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실제 소방환경에 적용될 경우 소방관들의 안전은 물론 국내 소방산업의 경쟁력 강화까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재 고도화에서 첨단IT기술의 메카로=소재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 소방 산업은 이제 IT를 만나면서 첨단화로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얼마나 강하고, 불에 타지 않으며 독극물에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지만 이제는 타 산업과 융합을 통해 광의적 의미의 '안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 속에 산청은 허드 시스템 외에도 '현장 모니터링 시스템'에 기술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현장 모니터링 시스템은 화재나 긴급 구조 현장에서 소방관과 구조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동선에 따른 현장지휘를 가능케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재난영화 '분노의 역류'를 비롯해 지난 2012년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타워'에서 보듯 많은 사건 현장은 칠 흙과 같이 어두운 경우가 많다. 시야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 많은 소방관은 하나의 줄에 의지해 사건 현장에 투입되거나 무전기, 호루라기 등으로 위치를 파악하며 구조업무를 펼치게 된다. 이렇다 보면 서로 위치 파악도 잘 안 될뿐더러 대열에 이탈하거나 위험지역에 갇히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기에 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같은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산청이 개발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소방관들의 몸에 작은 센서를 부착해 위치파악이 가능하도록 한다. 즉 화재 현장에 투입되기 전 바코드를 찍고, 현장 지휘부나 본부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소방관들의 위치 파악은 물론 작전 지휘까지 가능해 안전과 작전의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소방관 신체정보까지 한눈에=산청은 IT를 활용함으로써 차세대 개인 보호장비 영역에 있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IT에 기반한 개인의 신체정보 시스템을 개인 보호장비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현재 개발 중인 현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장해, 소방관의 위치는 물론 소방관들의 신체상태와 현장 조건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소방관에게 부착한 센서를 통해 위치정보와 맥박, 피로도 등 신체정보, 현장 내 유해농도까지 모든 정보가 현장 지휘소와 본부에 전달된다. 이 정보로 현장 대원들을 통제할 수 있고, 추후 화재진압 및 구조업무에 기반 데이터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기술은 초기 수준의 개발단계지만, 5년 후 기술개발이 완료된다면 선진 소방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IT기술을 소방영역에 적용함으로써 소방관들의 안전은 물론 빅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장래희망 1순위 '소방관', 이제는 안전이다=미국방화협회(NFP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124만 건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3240명이며, 1만5925명의 시민이 부상을 당했다. 재산피해만 해도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소방관들의 한해 순직 비율 역시 100여 명에 이르는데, 연평균 6~7명을 기록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엄청난 수치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미국은 미연방소방국을 비롯해 정부기구와 관련 협·단체들은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소방관들의 처우 문제는 세월호 사건과 소방헬기 추락사건 등으로 이제 막 수면 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 관련 업체들은 국가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관련 기술 확보 역시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IT기술을 활용해 소방 기술의 국산화가 핵심과제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 소장은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우선순위에는 늘 소방관이 차지하고 있다"며 "더 이상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의 소방 기술이 세계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IT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