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콘텐츠 사용료" vs "모호한 기준 수용 못해" 지상파, 재송신료 가입자당 280원 → 400원 인상 요구 유료방송사, 일방적 통보 납득 불가… 공동협상 입장 방통위 '방송법 개정안' 의결… 사업자 분쟁 강제조정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이의 재송신료 갈등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신문이나 방송뉴스에서 방송중단(블랙아웃), 재송신료, 의무재송신 등의 용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방송사들은 왜 이렇게 서로 싸우는 것일까요.
사실 단순화시키면 사업자 간 수익 싸움입니다. 현재 유료방송은 의무 재송신 채널로 지정된 KBS1, EBS를 제외한 KBS2, MBC, SBS 채널에 대해 가입자당 월 280원의 재송신료(CPS)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협상에서는 지상파가 CPS를 4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고, 유료방송사들은 개별협상이 아닌 공동협상에 나설 뜻을 전달한 상태입니다. 지상파는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점점 커지는 적자를 메우겠다는 것이고, 유료방송은 기준이 명확하지도 않은 재송신료의 일방적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요. 결과적으로는 협상이 결렬됐지만 앞서 월드컵 , 아시안게임 등 국민적 관심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상파가 추가로 CPS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국민에는 어렵고 관심 없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재송신 갈등 여파가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 과거 양측 갈등으로 방송이 중단된 적도 있습니다. 재송신 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동안 총 4번의 방송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가장 먼저 지난 2011년 4월 14일에는 MBC가 위성방송의 수도권 HD방송의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6일 만에 협상이 타결돼 방송이 재개됐지만, 같은 달 27일 SBS가 위성방송 수도권 HD방송 공급을 중단했을 때는 무려 48일간 방송중단이 계속됐습니다. 방송중단 기간 동안 시청자는 해당 지상파 채널의 HD방송을 보지 못했습니다.
2011년 11월 28일에는 반대로 케이블TV가 지상파 3사의 HD방송 송출 중단했습니다. 당시에는 방송통신위원회 권고로 8일 만에 방송이 재개됐지만,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마지막은 2012년 1월 16일 케이블TV가 KBS 2TV의 HD와 SD 방송 송출을 2일간 중단했습니다. 케이블 이용자들은 말 그대로 KBS 2TV를 볼 수 없었습니다.
최근 시청자 피해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져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 섣불리 방송중단까지 감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중단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재송신료 분쟁은 매년 되풀이되며 올해도 진행 중입니다. 또 모바일 IPTV 등은 '방송'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전히 방송송출 중단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라 '부가통신서비스'로 분류돼 있는 모바일 IPTV는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 당시 양측의 협상결렬로 월드컵 중계를 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시청자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최소한의 시청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사업자 간 협상에 정부가 끼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 발 물러나 있어 일각에서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방통위가 지난 18일 방송사간 분쟁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사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마련됐지만, 그동안 이해관계자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였습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직권조정, 재정제도, 방송 유지·재개 명령권 도입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제 지상파든 유료방송이든 마음대로 방송을 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특히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축구A매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민적 관심행사는 더욱 그렇습니다. 갈등이 심해지면 방통위가 직접 개입해 조정 절차를 거치거나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중재안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통위의 이같은 방송법 개정안 의결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방통위가 사업자 간 협상에 끼어듦으로써 유료방송의 협상력을 높여 시장 거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정부의 노력은 환영하면서도 중요한 것이 빠져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CPS를 사업자간 자율협상으로 남겨둔 것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정부 입법을 통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현재 CPS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지상파 재송신료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지상파 재송신 분쟁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 사례>
○ 2011. 4. 14 MBC, 위성방송 수도권 HD방송 공급 중단 → 4. 19 협상 타결 및 방송 재개 (6일간 방송 중단)
○ 2011. 4. 27 SBS, 위성방송 수도권 HD방송 공급 중단 → 6. 13 협상 타결 및 방송 재개 (48일간 방송 중단)
○ 2011. 11. 28 케이블, 지상파 3사 HD 방송 송출 중단 → 12. 5. 방통위 권고로 방송 재개 (8일간 방송 중단)
○ 2012. 1. 16 케이블, KBS-2TV HD 및 SD 방송 송출 중단 → 1. 17 협상 타결 및 방송 재개 (2일간 방송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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