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성균관대학교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종규 성균관대학교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최근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톡은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출시에 이어 소액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향후 여러 가지가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아마도 곧 물건의 구매에서 송금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하나의 모바일 기기 속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서비스 명칭에 사용되고 있는 '페이(pay)'와 '월렛(wallet)'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듯, 이 서비스들은 그간 우리의 지갑이 해 온 기능들을 디지털적으로 구현한 것에 더하여 그 사용의 편리함과 간편함까지도 가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서비스들이 단지 지갑의 디지털화에 그 목적을 두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이 서비스가 초래할 더 큰 변화는 지갑이 아니라 '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은 지갑이 디지털화 되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야 할 '돈'의 존재 방식이 변경되기 때문이다. 돈은 디지털 신호로 소지되고 사용되기에, 얼마 후면 지갑에 돈을 넣어 다니는 것은 구식 행태 정도로 간주될 지도 모른다.

새로운 돈의 소지와 사용 방식은 사용자의 편의를 증진시킴과 동시에 이와 비례한 산업 영역의 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원 결제 시스템의 간편화를 통한 아이팟의 성공 과정이 보여주듯, 새로운 결제와 송금 서비스를 도입한 사업 영역들 역시 제품의 판매와 소비가 촉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기대와 더불어 우려 역시 있게 마련이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해킹 등의 안전성 우려와 더불어 청소년들의 오용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 측과 금융결제원에서는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해킹에 대비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송금 서비스의 경우 기존의 14세 기준에서 19세로 상향 조정하여 혹시나 모를 온라인 갈취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절차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더 이상의 우려는 없는가? 그리고 우리는 안전한가?

이 물음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나 거부와는 전혀 무관하다. 더욱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조처는 환영할만 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서 우리가 불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에 대한 보호책을 제외하고서, 이 기대와 우려는 우리 모두가 이 서비스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실 이것은 사용자가 아닌 사업자의 편익으로 보아야 한다. 이 서비스의 이득은 사용자의 지출 가능성을 높이는 데서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여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것 자체는 결코 잘못되거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품의 판매는 당장의 수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의 예상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것이기에, 그 상품의 구매 및 사용자의 측면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불편함을 경감을 통해 구매를 촉진했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TV가 상품 구매의 매체로 변경되어 기존의 상품 구매가 가지고 있던 절차적 불편함을 줄임으로써 홈쇼핑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탄생을 목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편리성이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생각할 '겨를'을 없앰으로써 불필요하게 구매되어 쌓이던 물품들 또한 우리는 목도했다. 만일 우리가 좀 더 불편할 수 있을 가능성을, 그래서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겨를'을 가질 수 있었다면, 홈쇼핑에 대한 현재의 불신은 좀 더 경감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편할 수 있을 가능성의 인정은 어쩌면 서비스의 효과를 없애는 길항작용의 요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생각할 겨를을 주는 것이 마케팅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그래서 불편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불필요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길항 작용은 그저 효과만 떨어뜨리는 작용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명체에게 있어 길항 작용은 어떤 한 기능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항상성을 유지시켜 그 생명의 존속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핵심 작용이기 때문이다. 편리함과 간편함은 늘 그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며, 서비스의 편리함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불편할 수 있음은 편리함과 간편함이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을 상쇄시켜 오히려 서비스를 통한 이윤 획득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슬로푸드와 슬로리딩과 같은 사례들이 보여주듯, 불편함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요구의 대상일 수도 있다. '불편할 수 있을 권리'의 보장.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김종규 성균관대학교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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