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3주 후 증상… 치사율 90% 감염자와 접촉만 막아도 확산 차단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공포로 지구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20일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2473명의 환자 중 13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EVD)이 처음 알려졌던 1976년 이후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사태를 지구촌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EVD를 치료하거나 감염을 차단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야생 원숭이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3주 정도의 잠복기가 끝나면 심각한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눈·코·입·장기에서 출혈이 생기고, 심한 고열·오한·어지러움·근육통 등이 나타나다가 결국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물론 면역 능력에 의해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치사율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WHO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혈액·땀·정액·토사물·설사 등과 직접 접촉해야만 옮겨진다. 감염자의 기침 등에 포함되어 공기를 통해 확산되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조류의 분변에 의해 확산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오염된 식수 등을 통해 확산되는 콜레라균, 모기와 같은 곤충에 의해 확산되는 말라리아 원충과는 사정이 다르다. 감염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EVD가 창궐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상황이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생활 수준도 낮고, 의료·위생 시설도 취약하다.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효율적인 주민 통제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하루를 연명하기도 어려운 주민들에게 국제적인 관심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에볼라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인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화려한 과학기술 문명을 이룩했다고 자부하던 우리에게 EVD는 정말 당혹스러운 현실이다. 스스로 번식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해서 생물로 여길 수도 없는 미물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에볼라를 퇴치할 수 있는 기술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인종·성별·연령을 넘어선 인류애를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긴다고 믿었던 우리에게 에볼라가 던져주는 윤리 문제는 기술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다.
통제가 불가능한 국가를 통째로 차단하는 방역선의 구축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선박·항공기의 운항도 중단시킨다. 물론 생활필수품의 교역도 불가능해진다. 무고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방역선 내부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칫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조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나 공급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완료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떤 경우에도 효능이나 부작용을 확인하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WHO는 심각한 논의를 거쳐 미국인 감염자에게서 부분적인 효능이 확인된 '지맵'을 서아프리카에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EVD에 효능이 있을 것이라는 다른 전문가들의 주장을 거부하기도 어려워진다.
효능이 확인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있는 경우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렵게 개발된 치료제나 백신의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에볼라의 경우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정말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공포로 지구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20일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2473명의 환자 중 13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EVD)이 처음 알려졌던 1976년 이후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사태를 지구촌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EVD를 치료하거나 감염을 차단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야생 원숭이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3주 정도의 잠복기가 끝나면 심각한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눈·코·입·장기에서 출혈이 생기고, 심한 고열·오한·어지러움·근육통 등이 나타나다가 결국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WHO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혈액·땀·정액·토사물·설사 등과 직접 접촉해야만 옮겨진다. 감염자의 기침 등에 포함되어 공기를 통해 확산되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조류의 분변에 의해 확산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오염된 식수 등을 통해 확산되는 콜레라균, 모기와 같은 곤충에 의해 확산되는 말라리아 원충과는 사정이 다르다. 감염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EVD가 창궐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상황이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생활 수준도 낮고, 의료·위생 시설도 취약하다.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효율적인 주민 통제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하루를 연명하기도 어려운 주민들에게 국제적인 관심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에볼라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인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화려한 과학기술 문명을 이룩했다고 자부하던 우리에게 EVD는 정말 당혹스러운 현실이다. 스스로 번식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해서 생물로 여길 수도 없는 미물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에볼라를 퇴치할 수 있는 기술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인종·성별·연령을 넘어선 인류애를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긴다고 믿었던 우리에게 에볼라가 던져주는 윤리 문제는 기술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다.
통제가 불가능한 국가를 통째로 차단하는 방역선의 구축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선박·항공기의 운항도 중단시킨다. 물론 생활필수품의 교역도 불가능해진다. 무고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방역선 내부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칫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조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나 공급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완료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떤 경우에도 효능이나 부작용을 확인하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WHO는 심각한 논의를 거쳐 미국인 감염자에게서 부분적인 효능이 확인된 '지맵'을 서아프리카에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EVD에 효능이 있을 것이라는 다른 전문가들의 주장을 거부하기도 어려워진다.
효능이 확인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있는 경우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렵게 개발된 치료제나 백신의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에볼라의 경우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정말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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