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마크 와이저가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그리는 화려한 미래상에 열광했다. 가정에 PC 한 대 놓는 것도 쉽지 않던 시대에, 컴퓨터가 벽속이든 책상이든 어디든 수많은 모래알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며 인간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예언은 너무나 강렬한 메시지였다. 오늘날, 우리는 어린 학생들조차 그 시절 연구소에서나 사용되던 메인 컴퓨터 급의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마크와이저가 제시한 유비쿼터스 세상이 찾아온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결정적인 실현 사례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다가오는 5세대 이동통신이라면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2020년경 5세대 이동통신기술(5G)이 실현되면 언제 어디서나 개인당 평균 1Gbps급의 전송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개인당 10대 이상의 디바이스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서비스 반응속도도 수ms이하로 짧아지면서 순식간의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낼 수 있다니, 길을 걸어 다니면서도 모바일 환경에서 Ultra-HD 급 TV 서비스를 시청할 수 있고, 원격으로 주변의 사물들에 명령을 내리고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일까지 가능해질 것이다. 5G 시대는 유비쿼터스 환경에 다가서기 위한 핵심적인 인프라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세계 각국에선 5G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정부중심의 5G 협의체인 'IMT-2020과 Future Forum'을 재정비하고, 일본은 기업중심의 '2020 and Beyond Ad-hoc'을 재단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빼앗긴 LTE 경쟁력을 되찾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흥의 수단으로 범유럽 컨소시엄인 'METIS 2020'을 결성하고, 5G 아키텍처 및 원천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는 기존의 무선속도 중심의 기술경쟁은 물론 '생활, 비즈니스, 사회, 문화' 등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5G 기술이 양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공헌할 것을 기대하면서, 신성장동력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2세대 CDMA 개발에서부터 4세대 LTE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 기술개발을 선도해온 ETRI는 5G 기술경쟁에서도 통신강국의 위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5G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5G가 기술, 사회, 문화 영역에서 어떻게 'ICT 만능수단'으로서 작용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국과의 마켓 차별화와, 4G와의 상품 차별화를 위해 5G와 IoT 및 Cloud 등의 관련기술이 상호 완벽히 융합되는 세트 시스템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또한, 5G 인프라를 사용하여 노후, 교육, 의료 등을 포함한 사회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풍부한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10년 후 미래 시대가 보다 덜 외롭고 지식적이고 건강한 사회로 변화되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동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게임 및 인터넷 중독 등 역작용 폐해를 5G가 스스로 해결하는 프로그램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인문·사회 각 분야와 상호 협력하여, 무늬만 융합이 아닌 실질적 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개념적 융합을 실현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하고,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 요구사항을 개발하여 초기설계 단계부터 반영할 수 있도록 기술 트랙과 사회인문 트랙을 병행 추진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융합의 본질은 실무자들의 융합부터 선결되어야 하는데 경쟁을 시켜 과제예산을 삭감하는 환경에선 결코 진정한 융합이 쉽게 될 수가 없다. 잘한 과제에 인센티브를 주는 '플러스적 평가정책'으로의 방향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ICT 분야에서 이제는 세계일등이 된 우리나라는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견제하면서 스스로 5세대 통신을 디자인하고 없던 기술을 세계에 제시해야 한다. 참고할 기술도 없고, 가야할 방향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연구개발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다. 선두의 길은 고달프지만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가장 먼저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뜨겁다. 그것은 5G 위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이 땅에 가장 먼저 꽃피우게 하는 것이다.

송평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유무선액세스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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