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그리듯 아래로 효과적 '쇼핑동선'… 매장입구에 쇼핑백ㆍ필기도구 비치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가 12월경 한국 시장에 상륙하는 것을 앞두고 가구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의 대명사가 된 이케아는 아직 국내 공식 점포를 열지 않았지만 벌써 사용해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케아 국내 진출에 앞서 세계 최대매장으로 꼽히는 스웨덴 스톡홀름 근처 쿵겐스 쿠르바(Kungens kurva)를 방문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케아의 매력을 살펴봤습니다.

매장 입구엔 쇼핑백과 필기도구가=북유럽의 관광명소인 스웨덴을 생각하면 볼보, 이케아가 떠오릅니다. 고물가의 도시 스톡홀름의 중앙역에서 이케아 쿵겐스 쿠르바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10시부터 19시까지 정각마다 운행합니다. 셔틀버스는 스톡홀름에서 남서쪽으로 30분을 달리면 이케아에 도착합니다.

이케아 정문을 들어서면 쇼핑 상품을 집어넣는 노란색 가방과 필기도구(몽당연필, 종이자, 카탈로그, 주문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것들을 챙겨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맨 윗층까지 데려다 줍니다. 점포는 3층으로, 층고가 높고 원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고객의 동선이 원을 그리며 반층씩 내려가도록 설계돼 있는데 계산대까지 내려오면 6층 이상을 한참 걸어 내려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맨 윗층부터 펼쳐지는 이케아 가구의 특징은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입니다. 국내 가구거리 매장에서 눈에 띄는 엔틱, 원목가구 등은 보이지 않습니다. 천, 플라스틱, 철재, 나무(MDF) 등을 이용한 소파, 의자, 침대 등이 즐비합니다. 가격은 현지 통화인 코로나(10SEK=약 1540원)로 적혀 있지만 암산을 해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가구를 구입할 때는 한국에서처럼 직원에게 해당 물건을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주문서에 몽당연필로 해당 제품을 기입해 제출하면 됩니다. 매장 내에는 가구 외에도 집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 주방용품, 유아용품 등이 가득합니다. 이런 소품은 노란색 가방에 담았다가 계산대에서 고객이 직접 스캐너를 들고 일일이 바코드를 찍은 후 결제하면 됩니다. 선진국이고 신용사회이다 보니 고객의 양심을 믿는 무인결제 시스템이 잘 돌아갑니다. 이케아는 물론 일반 상점에서도 고객이 계산원이 돼 스캐너를 들고 구입 물건들을 직접 계산하는 풍경이 흔합니다. 점원이 계산해주는 곳도 있지만 무인 계산대가 줄이 짧습니다. 이 무인계산대가 광명점에 생긴다면 이케아가 우리의 양심을 믿는다는 것이겠지요?

이케아는 편리하다? 불편하다?=이케아 매장에는 북유럽의 모던한 디자인에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사려고 방문한 한국인들도 꽤 많습니다. 국내에 없는 스탠드 조명을 찾아 기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립제품의 특성상 전체 완성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구성품을 빼놓고 사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기자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별 모양 조명기구와 무당벌레 디자인의 쿠션을 구입했지만 전구와 쿠션의 내장튜브를 사오지 않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로 공수해 가고 싶은 예쁘고 저렴한 가구가 많았지만 직접 가져가 조립해야 해 마음을 접어야 했습니다. 광명점이 오픈하면 구입할 생각이지만 배송과 조립 걱정은 여전합니다.

이케아 매장의 전체적인 특징은 고객 쇼핑 동선을 아주 효과적으로 만들어놨다는 것입니다. 맨 윗층 가구부터 아래층 주방용품, 생활용품까지 겹치지 않게 잘 설계해 고객이 쇼핑을 즐기고 돈을 즐겁게 쓰도록 해놨습니다.

국내 이케아 팬 중에는 이케아 국내 진출이 고가 정책을 펴온 국내 업체들에 충격효과를 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케아 진출로 기존 가구업체들은 위협적인 경쟁상대와 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이케아와 승부할 수 있는 소재 등을 사용한 심플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구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케아 제품의 디자인과 컨셉을 고려하면 주소비층은 젊은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목, 앤틱, 고급가구 등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아 어떤 대결이 이뤄질지 흥미롭습니다. 인테리어와 DIY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심플하고 저렴한 이케아를 반기겠지만 정반대인 사람은 이케아 제품을 사와 품을 들이는 것이 귀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매장이나 인터넷에서 고른 물건을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 주는 것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이 집에서 드라이버를 드는 번거로움을 즐기게 된다면 이케아는 국내에서 성공할 것입니다.

국내 가구업체들도 철저한 고객 요구 분석을 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내놓는다면 이케아와 승부를 걸어볼 만합니다. 이케아는 스웨덴의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긴 기업입니다. 국내에서 수익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사회공헌도 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스톡홀름(스웨덴)=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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