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약 400편… 발표 건수의 0.02% 조작 등 연구윤리 위반 이유가 절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이 4개월 만에 논문 철회로 막을 내렸다.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철회가 흔한 일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발표되는 200만 편이 넘는 논문 중 0.02%인 약 400편의 논문이 공식적으로 철회된다. 문제는 공식적인 논문 철회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네이처의 분석에 따르면, 논문 철회의 절반 정도는 논문을 투고한 과학자의 실수에 의한 오류 때문이고, 나머지 절반은 의도적인 조작, 위조, 표절 등의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 때문이라고 한다. 성실하게 노력한 과학자의 실수를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도적인 연구 윤리를 위반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논문 철회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이유에 상관없이 논문이 철회된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비 지원이 5.7%나 줄어든다고 한다.
논문 철회는 저자와 학술지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오류나 연구 윤리 위반의 흔적을 놓쳐버린 학술지를 무작정 나무라기는 어렵다. 연구 과정에서 학술지가 제시하는 윤리 규정을 준수했고, 성실하게 논문을 작성했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과학자를 공연히 의심하고, 무작정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학술지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문이 성실하게 작성되었다는 전제에서 연구에 사용된 가설과 연구 방법,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고, 결론이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논문에서 의도적인 조작, 위조, 표절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실험을 재현하고, 연구 과정과 결론을 검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과학자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실제로 논문 검증은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심사자는 자신의 신분도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고, 사실 확인에 필요한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국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실질적인 검증은 전 세계 과학자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된다. 공개적인 검증에는 한계도 없고, 시한도 없다.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도입한 우주상수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업적 이 공개 검증의 칼날에 무너져버린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논문이 공개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검증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허술한 논문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를 성과로 인정하는 관행은 위험하고 성급한 것이다.
물론 공개 검증이 쉬운 것도 아니고,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검증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이 생기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력과 비용이 낭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대한 공개적이고 탈(脫)권위적인 검증은 현대 과학의 가장 독특한 특성이다. 비록 효율은 낮더라도 공개적인 무한 검증이 자연에 숨겨진 과학적 신비를 밝혀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본 철학이다. 현대 과학은 증거에 대한 정직성과 민주적이고 비판적인 검증을 통해 발전한다는 뜻이다.
논문 철회의 실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인쇄물로 배부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온라인 학술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편집자 명의의 공고를 게재하고, 붉은 색의 마크를 붙이는 것이 고작이다. 철회된 논문도 과학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 기록으로 남게 된다. 다만 공개 검증의 대상에서 제외될 뿐이다.
현대 과학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과학자가 반드시 정직하고 윤리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 과학자도 사회의 일반적인 윤리 수준을 넘어설 수가 없다. 연구 윤리에 어긋나는 논문의 발표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이 4개월 만에 논문 철회로 막을 내렸다.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철회가 흔한 일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발표되는 200만 편이 넘는 논문 중 0.02%인 약 400편의 논문이 공식적으로 철회된다. 문제는 공식적인 논문 철회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네이처의 분석에 따르면, 논문 철회의 절반 정도는 논문을 투고한 과학자의 실수에 의한 오류 때문이고, 나머지 절반은 의도적인 조작, 위조, 표절 등의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 때문이라고 한다. 성실하게 노력한 과학자의 실수를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도적인 연구 윤리를 위반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논문 철회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이유에 상관없이 논문이 철회된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비 지원이 5.7%나 줄어든다고 한다.
논문 철회는 저자와 학술지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오류나 연구 윤리 위반의 흔적을 놓쳐버린 학술지를 무작정 나무라기는 어렵다. 연구 과정에서 학술지가 제시하는 윤리 규정을 준수했고, 성실하게 논문을 작성했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과학자를 공연히 의심하고, 무작정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학술지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문이 성실하게 작성되었다는 전제에서 연구에 사용된 가설과 연구 방법,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고, 결론이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논문에서 의도적인 조작, 위조, 표절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실험을 재현하고, 연구 과정과 결론을 검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과학자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실제로 논문 검증은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심사자는 자신의 신분도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고, 사실 확인에 필요한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공개 검증이 쉬운 것도 아니고,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검증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이 생기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력과 비용이 낭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대한 공개적이고 탈(脫)권위적인 검증은 현대 과학의 가장 독특한 특성이다. 비록 효율은 낮더라도 공개적인 무한 검증이 자연에 숨겨진 과학적 신비를 밝혀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본 철학이다. 현대 과학은 증거에 대한 정직성과 민주적이고 비판적인 검증을 통해 발전한다는 뜻이다.
논문 철회의 실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인쇄물로 배부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온라인 학술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편집자 명의의 공고를 게재하고, 붉은 색의 마크를 붙이는 것이 고작이다. 철회된 논문도 과학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 기록으로 남게 된다. 다만 공개 검증의 대상에서 제외될 뿐이다.
현대 과학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과학자가 반드시 정직하고 윤리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 과학자도 사회의 일반적인 윤리 수준을 넘어설 수가 없다. 연구 윤리에 어긋나는 논문의 발표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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