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영진 이어 시스템 전환 추진한 임원진에 중징계 통보
한국IBM과 메인프레임 재계약 체결할 듯
금감원이 시스템전환 개입 나쁜전례 남겨

금융감독원이 KB금융 경영진과 함께 시스템 전환을 추진한 임원들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이로써 KB국민은행의 시스템 전환은 사실상 무산, 한국IBM과 메인프레임 재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이 은행 시스템 전환에 개입하는 나쁜 전례를 남기게 됐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9일 23시 금감원은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등 KB금융 전현직 경영진 및 임원진에 대한 징계 내용을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소명을 듣고 제재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카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문책경고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 관리 부실로 문책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어윤대 전 지주 회장은 문책경고를,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은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특히 전산시스템 교체 내분과 관련해 전환을 추진한 박지우 KB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재열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통보 받았다. 반면 전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보고한 정병기 KB국민은행 감사는 주의적 경고인 경징계를 받았다.

당초 금감원은 시스템 전환이 경영에 관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번 징계로 사실상 전환에 개입한 셈이 됐다. 징계가 사전 통보대로 확정될 경우 시스템 전환과 관련된 박지우 부행장과 김재열 CIO은 퇴사가 불가피하나, 전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정병기 감사는 은행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스템 전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감원이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IT업계에서는 시스템 전환이 백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7월까지 메인프레임 계약 종료를 앞두고 유닉스로 전환을 추진할 시간이 부족한 데다, 이번 징계로 앞으로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거취가 불분명해져 사업 추진도 어려워진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내분으로 모두 상처를 입었지만 한국IBM은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이번 사건이 나쁜 전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스템 교체로 인한 논쟁은 언제나 있었다"며 "그런데 이례적으로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고 금감원의 징계가 사업 진행을 결정하는 안 좋은 전례가 남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금융당국과 KB금융이 KB국민은행의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실 책임과 배임문제를 따져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닉스 전환을 위해 준비한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는 이번 사건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됐으며 IBM과의 메인프레임 연장 계약에 따른 손실도 예상된다. 이런 손실은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번 사건에 개입한 IBM의 행동이 합당한지도 판단해 책임을 따져야한다는 이야기도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정보유출, 금융사고 등과 관련해 은행, 카드 전ㆍ현직 임직원 200여명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재 통보를 받았다. 대상기관은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B국민카드, NH농협은행, 롯데카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이다. 대상자에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와 현직 임원도 수 십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의를 열고 대상자들의 소명을 듣고 제재를 확정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금융권에 대대적인 인사와 사퇴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진규기자 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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