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유료방송 재전송료 갈등 심화 '블랙아웃' 현실화 우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임박했으나 월드컵을 중계하는 방송업계는 재전송료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블랙아웃(방송중단)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재역을 맡아야 할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수년간 재송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0일 정부와 방송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9일 지상파와 SO 사업자, IPTV 사업자, 위성방송사를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으나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블랙아웃만은 피해달라"고 당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 관계자는 "SO들은 절대로 줄 수 없다, 지상파는 과거 IPTV의 선례가 있으니 받아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며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이 낙담하고 있는데 월드컵이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블랙아웃 얘기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SBS를 비롯한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는 SO, IPTV, 위성방송 등에 브라질 월드컵 중계에 대한 추가적인 재전송료를 요구했다. 이미 가입자당 월 280원의 재전송 사용대가(CPS)를 받고 있지만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의키로 했다는 주장이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는 SO와 IPTV에 각각 100억원씩의 재전송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업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CPS를 내고 있는 만큼 특정 콘텐츠에 대해 추가 금액을 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지상파가 중계권 구매 등 월드컵 관련 투자에 거액을 들였다가 최근 세월호 여파에 따른 광고비 축소 등으로 광고매출이 떨어지자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는 사업자간 협상에는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통위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사업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계속 만나서 협상을 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안 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블랙아웃이 벌어졌을 때는 방송법상 금지행위 관련 부분을 검토해서 조치한다던가, 시청권 보호를 위한 방송법 99조를 들어 블랙아웃을 중단시킨다던가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O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SO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관만 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와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SO 업계 관계자도 "매번 재전송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지상파 눈치만 보며 손을 놓고 있다"며 "의무재전송 제도를 개선하고, 재전송 대가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으나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방통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 쪽이 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SBS가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자 KBS, MBC가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SBS가 거부해 무산됐다. 방송업계에서도 분쟁조정보다는 소송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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