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 판단 앞다퉈 대출”
은행ㆍ금융감독 제기능 못해

1조8000억원의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해당 기업들을 우량 고객으로 판단해 서로 대출을 하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체계와 금융당국 감독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또 KT ENS 계좌로 상환이 됐다는 증언도 나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6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엔에스쏘울, 중앙티앤씨 등을 우량 고객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BS저축은행 전 직원 A씨는 "엔에스쏘울 등이 2009년 솔로몬저축은행에서 매출채권으로 300억원을 대출 받았다가 모두 상환했다"며 "상환을 잘했기 때문에 영업차원에서 매출채권 대출을 먼저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또 피의자 변호인이 "저축은행들이 해당 기업들에 서로 대출을 해주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공평저축은행 직원 B씨도 "2012년에 솔로몬저축은행에서 근무했었던 직원이 과거 상환 사례를 이야기하며 영업활성화 차원에서 대출을 하자고 이야기를 해서 논의를 하게됐다"고 말했다. B씨는 "거래에 앞서 다른 저축은행들에 해당 업체들과 거래를 문의했는데 괜찮다는 내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증인들은 모두 세금계산서, 발주서, 물품인수 확인서, KT ENS 채권 양도승락서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에 상환이 잘돼서 안전하다는 심리적인 요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도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증언을 종합하면 대출사기가 진행된 2011년, 2012년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엔에스쏘울, 중앙티앤씨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서로 대출을 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실제로 동시다발적으로 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대출사기가 이뤄지는 동안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구나 2011년, 2012년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해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했을 때였다.

또 저축은행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오래 전에 대출사기가 준비됐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 검찰은 2011년부터 대출사기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도 2010년부터 업체들이 실제 채권으로 대출을 받다가 어느 시점에서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언에 따르면 이미 2009년에 비슷한 구조로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준비 기간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3차 공판에서는 KT ENS 관련된 의혹들도 제기됐다. 동부저축은행 직원 C씨는 "매출 채권으로 SPC에 대출해준 후 KT네트웍스로부터 대출금이 상환됐다"고 증언했다. KT네트웍스는 KT ENS의 옛 이름이다. 이에 따라 사건에 연루된 KT ENS 김모 부장이 계좌를 이용했거나 피의자들이 명의를 도용한 가짜 통장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KT ENS를 찾아가 접견실에서 김모 부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한 저축은행 직원은 "KT ENS로 직접 찾아가서 만난 것 뿐 아니라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김모 부장이 근무하는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도 "KT ENS를 찾아가 김모 부장에게 채권 양도승락서를 받았고 인감이 찍힌 것과 인감 확인서까지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다수의 저축은행 관계자들이 회사로 전화를 하고 직접 회사를 찾아와 김모 부장을 만나는 동안 KT ENS와 동료 직원들이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도 의문이다.

강진규기자 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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