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위한 기초연구부터 상업화 전과정 책임져
1983년부터 바이오의약품 개발… 연구 노하우 축적
국산 필러 이브아르ㆍ골관절염 신약 시노비안 성과

■LG생명과학 기술연구원을 가다

지난달 17일 대전시 유성구 대덕특구에 위치한 LG생명과학 기술연구원. 바이오의약품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십 가지 실험도구가 놓인 탁자 앞에서 한 연구원이 피펫에 담긴 용액을 조심스럽게 용기에 담고 있었다. 임상 3상 시험을 준비중인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제품 테스트를 위한 시료를 만드는 중이었다.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은 전세계 매출이 약 9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이 약을 본 뜬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만들기 위해 LG생명과학 외에 동아쏘시오홀딩스, 대웅제약 등 제약사는 물론 삼성, 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까지 개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충 바이오재료팀장은 "경쟁사보다 개발 진척도가 앞서있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바이오의약품을 연구해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30년 이상 유전공학 연구…바이오의약품 상업화 성과로

LG생명과학은 '럭키중앙연구소' 시절인 1983년부터 유전공학연구소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1989년 '인터맥스 감마'를 시작으로 B형 간염백신 '유박스 B', 인성장호르몬 '유트로핀', 빈혈치료제 '에스포젠', 불임치료제 '폴리트롭' 등 여러 바이오의약품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선 LG생명과학 연구소를 '바이오사관학교'라고 부른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김용주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 등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 벤처 CEO들이 이 연구소 출신이다.

생명체와 자연계의 숨은 작동원리를 질병 치료에 응용하려는 노력은 치열하다. 실험을 통해 새로운 물질을 찾는 것이 연구소의 기본 업무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실험장비부터 생산설비까지 연구자들이 세계 곳곳을 뛰어다니며 직접 챙긴다. 기초연구부터 수백가지에 달하는 약리ㆍ독성 평가, 상품 기획과 제조ㆍ생산기술 이전 등 신약 상업화의 거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의약품은 제품 개발에 10년 이상이 걸리고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에 평생 한 가지도 완성되는 걸 보지 못 하는 연구자도 많다고 한다. 바이오ㆍ제약 분야가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비해 아직 성과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성공 확률도 불분명한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뒤를 바라보고 꾸준하게 투자한다는 것이 회사는 물론 연구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수십년 연구 쌓여 한 가지 치료제 완성

연구소가 가장 최근 개발한 제품은 골관절염 신약 '시노비안'이다. 관절염 환자들의 무릎 관절에 투여해 윤활과 완충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제다. 주성분인 '히알루론산'의 체내 안정성과 점탄성을 높여 한번만 투여해도 기존에 세 번 맞아야 했던 치료제와 동등한 효과를 갖도록 개발했다.

공식적인 개발 기간은 4년이지만, 제품 개발 역사는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알루론산은 체내에 있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이어주는 다당류의 일종으로, 세포 조직의 에너지원 공급과 콜라겐 생성, 피부보습, 노화예방 등에 사용된다. 1990년초부터 히알루론산 기술 개발을 독자적으로 시작한 연구소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첫 제품인 최초의 국산 필러 '이브아르'는 2009년에야 선을 보였다.

2006년부터 히알루론산 개발에만 매달려온 이충 바이오재료팀장은 "이브아르를 개발하는 동안 동물실험만 14차까지 실시했다"며 "1000번이 넘게 물질을 제조했고 개발과 관련한 문서만 출력해도 한 트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브아르 개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시노비안 개발은 한층 수월했다는 설명이다. 이브아르는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고 시노비안은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히알루론산 관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종의 플랫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히알루론산 연구팀은 현재 필러와 유착방지제, 관절염치료제 등을 동시에 연구개발하고 있고, 새로운 아이템도 기획 중이다.

이같은 노하우가 쌓인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데이터들이 축적될수록 신약개발 속도는 빨라지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결국 꾸준하게 연구를 진행해온 경험과 능력이 사람에게 누적될 때까지 참아줘야 한다"며 "연구 기간이 길어지면 나태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구자 스스로 인내심은 갖는 것은 물론, 중간에 동기를 부여해 주면서 꾸준히 진행해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공보관팀 연구실에서는 김희정 검사불출팀장이 지난 2012년 출시한 당뇨치료제 신약 '제미글로' 착색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미 출시한 신약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5mm도 안 되는 작은 알약을 꼼꼼하게 살피는 김 팀장의 눈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김 팀장은 "제미글로를 개발하는 동안 해를 보며 출퇴근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고생해서 만든 신약일수록 친자식 못지 않은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대전=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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