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ㆍ의료 등 '제2의 한류 르네상스'
시청자들 능동적으로 콘텐츠 찾아
SNS 통해 규제없이 한국문화 즐겨

올 초부터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상속자'를 통해 중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민호가 전국민이 즐겨보는 '춘절만회'프로그램에 특별손님으로 출연하고 거리 곳곳 각종 광고판에 등장하더니, 그 뒤를 이어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전지현과 김수현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주에는 강소성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최강두뇌'라는 프로그램에 김수현이 출연했는데, 김수현 덕분에 그 프로그램이 중국 전역 시청률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또한 그 드라마 대사 덕에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일명 '치맥'이 알려지게 되어 중국에 있는 치킨집 매상이 쭉쭉 올라가고 있다.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도 학교 기숙사에서 치맥 먹으며 한국 드라마 보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중국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할 정도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영향은 단지 요식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 가을 저가여행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발효된 '여행법' 이후 침체된 여행업계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봉황망 보도에 따르면 '별에서 온 그대'라는 여행상품이 연인과 여성 여행객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한 의류, 화장품, 각종 액세서리 역시 구매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급기야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원활한 전자상거래를 가로막고 있는 액티브X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까지 있을 정도로 중국의 한류열기는 전방위적이다. 가히 '제2의 한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한류는 필자가 10여 년 전 유학했을 때의 한류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유통경로가 변했다.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가 CCTV(중국중앙방송국)에서 우수한 중국성우들의 더빙을 통하거나 지방방송국에서 자막편집을 해서 방송되었다면, 지금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폰을 통해서 거의 실시간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공중파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DVD로 만들어 팔고 소비자는 이것을 구입하여 시청했다면, 이제는 관련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만 하면 저렴한 가격 내지 거의 무료로 무한반복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농촌에는 아직 인터넷망과 4G망 보급이 충분치 못해서 여전히 불법복제 유통시장이 존재하지만 DVD보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으로 불법복제 유통시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둘째, 내용면에서 변하고 있다. 필자의 유학시절에 유행했던 '목욕탕 집 사람들', '대장금'과 같은 드라마는 중국인들도 공감하는 동양적 가치관, 전통 등의 요소가 강했다면,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상속자', '별에서 온 그대', '쓰리데이즈'와 같은 드라마는 현대적인 세련미, 외계인이라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미된 상상력, 공권력을 소재로 하는 추리 등 실로 다양해 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경제적으론 성장했으나 문화적으로는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욕구를 갈망하는 중국 대중들의 심리를 충족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의 한류가 한국적인 것 내지 동양적인 것이라는 국지성을 띠고 있다고 한다면, 최근의 한류는 도시문명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성 내지 보편성으로 지평을 넓혔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점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대중가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전에 중국 젊은이들이 환호했던 'HOT', '슈퍼 주니어', '동방신기'와 같은 아이돌 가수들은 전부 혹은 거의 한국인들로만 구성되었다면, 최근 중국에서 자국가수까지 통틀어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EXO'의 경우, 한국인과 중국인이라는 다국적 멤버로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래도 한국어 버전과 중국어 버전을 동시에 발표하고 있다. 즉, 예전에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노래를 좋아했다면 지금은 알아듣는 한국노래를 좋아하고 있다. 설사, EXO처럼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한 리듬과 감정을 실어서 발표할 수 없을 경우에는 한국어 가사와 영어 등을 혼재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즐겨 들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사이의 '강남스타일'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하겠다. 또한 리듬도 한국적인 것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리듬이 융합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셋째, 주도권이 변하고 있다. '대장금'이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자, 중국정부는 한국의 대중문화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자국의 대중문화산업을 보호하고자 공중파 방송에 한국 드라마 및 K-POP방송을 제한하였다. 당시에는 이러한 정부의 보호정책이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 내 온라인 산업의 발전은 단지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신선함 역시 끊임없이 요구하게 됐다. 그 결과, 과거 정부 정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만 했던 중국 시청자들이 이제는 능동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즐기는 방향으로 변하게 됐다. 최근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정부통제하에 있는 공중파가 아닌, 온라인 매체를 통한 광범위한 시청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제 문화의 주도권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식 표현으로 말한다면 중국의 대중문화는 '인민을 위한 복무(서비스)'로 변해가는 중이다.이러한 변화의 바탕은 다름아닌 'IT기술'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계선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의 한류는 콘텐츠 수출이었고, 주로 공중파나 케이블 TV 혹은 DVD제작과 수출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외국으로 진입하는 장벽이 높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한류는 인터넷 망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SNS등으로 외국방송사나 정부의 규제 등을 우회하여 전세계 어느 곳이나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한류가 어느덧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한류는 단지 드라마, 음악뿐만 아니라 음식, 관광, 의료, 의류, 전자, 자동차 전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그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다. IT기술과 결합된 한류는 이제 아날로그 한류에서 디지털 한류로 진화하는 중이다. IT기술이 단지 그것을 개발한 몇몇 회사, 국가만의 소유가 아니라 전세계인이 누려야 하는 기술인 것처럼 디지털 한류도 한국'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이경래 통신원ㆍ중국 텐진대 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