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에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현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을 투기등급까지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기업평가는 26일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에 위치한 본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현대ㆍ한진ㆍ동부 3개그룹의 자구계획에 대한 신용 등급과 관련 "앞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업에 대한 등급 조정이 있었다"며 "자구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다면 이들 모두 유동성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4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김 팀장은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등의 계열 지원 가능성으로 자구 방안 이행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대한항공의 지원 여력이 현 등급 수준에서 현대상선과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신용 등급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까지 강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현대그룹의 자구방안의 이행 속도와 자금조달 규모에 대한 판단이 신평사들의 평가를 가른 측면이 있지만, 신속한 자구책 이행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3월 현재 총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 중 그나마 진척되고 있는 것은 현대엘레베이터에 대한 18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항만터미널 지분 및 유가증권 매각 정도에 그친다. 현대증권 매각도 최근 M&A 물량이 많아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높은 수익성을 기대한 LNG전용선 사업 매각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별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으로 기대되는 최대 조달 금액을 2조6000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최저 2조원 미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신평이 선제적으로 현대그룹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내리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기업에 `찬 물'을 뿌렸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어느 정도 위험 신호를 준 만큼 오히려 기업 차원의 자구책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는 효과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봉균 한기평 팀장은 "현대그룹은 올해 중으로만 1조7000억원의 단기성 차입금 중 1조2000억원에 대한 만기에 대응해야 하는데 지금 속도로는 힘든 상황"이라며 "자구 방안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시장성 차입금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적어도 분기별로 자구계획 이행 상황을 점검해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즉각적인 등급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근일기자 ryu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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