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움직이지 않고도 많은 일들을 앉아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컴퓨터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들은 하루 8시간 이상 고정된 자세로 앉아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앉아 생활하며 몸은 편해진 것 같지만 그 역기능으로 '좌식질환(Sitting Disease)'에 대한 우려 역시 높아졌다.

좌식질환으로는 흔히 허리통증 정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장시간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은 늦어지고 신진대사 작용까지 더뎌져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시간을 앉아서 생활할 경우 신체 부위 중 다리를 움직이는 일이 가장 적다. 유독 다리가 무겁고 붓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쥐가 자주 난다면 하지정맥류 초기 증상이 아닐지 의심해 보는 게 좋다.

하지정맥류는 발끝까지 도달했다가 심장으로 다시 올라와야 하는 정맥혈이 정체되어 생긴다.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면 혈관의 압력이 상승하고 높은 압력을 버티지 못한 혈관이 늘어지고 약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하지정맥류는 교사, 군인, 백화점 직원 등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쉽게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운동이 부족하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혹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경우에도 하지정맥류 위험은 증가한다.

하지만 직장인, 특히 남성들은 하지정맥류 증상으로 다리가 붓거나 쥐가 나는 현상을 경험하더라도 일시적인 것이라 판단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정맥류 증상이 심해져 다리 위로 핏줄이 올라온 경우에도 뽀빠이의 힘줄 같은 것이라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울퉁불퉁한 핏줄은 하지정맥류의 증상일 가능성이 높으며 한번 약해지고 늘어난 혈관이 자연 치유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진행성 질환인 하지정맥류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가 착색되거나 피부궤양 등의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당장 걷는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도 처음에는 푸른 핏줄이나 울퉁불퉁한 혈관을 없애는 미관상의 이유로 치료를 시작하지만 치료 후엔 오히려 다리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거나 갑자기 쥐가 나 밤에 잠을 깨는 일이 없는 것에 더욱 만족해한다.

모든 병엔 예방이 우선이고 하지정맥류도 그러하지만,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병을 부른다고 잘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한 시간에 한 두 번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스트레칭 해주고 발목을 돌리는 등 다리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하자. 책상 밑에 받침대를 둬 다리 위치를 높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말에는 다리 근력을 단련시키는 사이클, 조깅, 수영과 같은 운동을 추천한다. 단, 이미 하지정맥류가 진행되고 있다면 무리한 근력운동은 오히려 독이 되므로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는 것이 좋다.

김재영 강남연세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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